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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5대 지주사 회장 회동/ 금융 거물들 군기 잡은 김석동 '官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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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5대 지주사 회장 회동/ 금융 거물들 군기 잡은 김석동 '官의 존재감'

입력
2011.04.18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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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아침 서울 명동 은행회관. 국내 금융권 별들이 떴다.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회장, 한동우 신한금융지주회장, 김승유 하나금융지주회장, 그리고 강만수 산은금융지주회장까지.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불거진 금융권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 이들을 긴급 호출했다.

사실 김 위원장이나 권 원장에겐 부담스런 자리였다.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누군가. 한결같이 이명박 대통령의 대통령의 친구ㆍ멘토ㆍ측근 등 '실세'로 불리는 인사들이다. 연배도 높고, 강만수 회장의 경우 환란 직전 김 위원장이 '겨우' 과장(재정경제원 외환시장과장)으로 있었을 때 차관으로 모셨던 직속상관이다. 쉽게 '오라 가라'할 수 있는 사이는 아닌 셈이다.

회의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서로 사정을 잘 아는 사이인 만큼, '선수'답게 덕담을 주고 받았다. 하지만 본론으로 들어가자마자 김 위원장은 취임사에서 '관(官)의 '존재감'을 강조했던 그대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선 PF이슈에 대한 은행권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삼부토건 기업회생절차 신청 과정에서 보듯 건설사 PF에 대해 금융권의 지원이 소극적이라고 판단한다. 이런 부분이 건설사 경영에 어려움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은행권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전산보안 문제와 관련한 언급에서도 강한 발언이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고객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회사" "생명 같은 전산시스템" 등을 강조하며, 재발방지노력을 촉구했다.

8시에 시작된 회의는 1시간 반 동안 계속됐다. 회의장을 떠나는 지주 회장들은 "유익한 자리였다" "금융권이 비판받을 일이 있으면 비판받아야 한다" "일시적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는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표정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회의가 끝난 뒤 은행권에선 "SD(김석동 위원장의 영문이니셜)식 군기잡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 "배드뱅크는 은행권 팔비틀기식 발상"이란 볼멘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한편 이날 회동은 워낙 거물들의 회동이었던 만큼, 자리배치까지도 각별히 신경 썼다는 후문이다. 상석(上席)에 해당하는 김 위원장 맞은편 자리엔 이팔성 우리금융회장이 앉았으며, 권 원장 건너 편에는 어윤대 KB지주회장이 배치됐다. 이어 한동우 신한금융회장, 김승유 하나금융회장 순이. 설립연도나 자산규모 등에 따른 배치였는데, 그 결과 강만수 산은금융회장은 '말석'에 자리해야 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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