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32년 전인 1978년, 미군 병사가 경기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의 한탄강변에서 우연히 구석기시대 석기들을 발견했다. 학계의 조사 결과, 그중 전기 구석기를 대표하는 유물인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확인됐다. 이로써 동아시아에는 아슐리안 주먹도끼 문화가 없다는 세계 고고학계의 통설이 깨졌다.
한탄강이 내려다보이는 이 곳 언덕에 전곡선사박물관(관장 배기동)이 25일 문을 연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국비를 포함, 472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7만2,599㎡ 부지에 건축면적 5,350㎡(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국내 선사박물관 중 가장 크다.
건물 외관이 매우 독특하다. 프랑스 X_TU사가 설계했는데, 뱀처럼 구불대는 곡면 형태에 외벽을 수 만 장의 스테인레스 판으로 덮어 은빛 비늘처럼 반짝인다.
내부는 거대한 동굴처럼 꾸몄다. 세계가 전곡리를 주목하게 만든 아슐리안 주먹도끼 등 구석기 유물을 중심으로 한탄강을 따라 구석기 유적이 산재한 추가령지구대의 자연사, 인류의 진화 과정을 보여주는 화석인류 모형, 선사 인류와 함께 했던 거대한 매머드 등 동물 모형, 동굴 벽화 등을 볼 수 있다. 상설전시관 중앙에는 약 700만년 전 투마이인으로부터 약 1만년 전 만달인까지 화석인류의 모형이 서 있는데,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관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까마득한 선사시대로 간다.
이 박물관은 구경만 하는 곳이 아니라 체험 공간을 표방한다. 사냥 체험, 불 피우기, 석기 만들기, 가죽옷 만들기, 동물뼈와 조개 껍데기로 장신구 만들기, 원시요리법, 동굴벽화 그리기 등으로 선사 인류가 어떻게 살았는지 느껴보고, 고고학자의 발굴 체험을 해볼 수도 있다.
개관 기념 특별전으로 10월 말까지 '음악의 기원_음악이 인류에게 준 선물' 전을 연다. 네덜란드 레이덴박물관에서 가져온 원시악기들을 소개하고, 원시음악을 체험해 보는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5월 1~5일 세계 15개국 60여명의 구석기 학자들이 참가하는 제 2회 아슐리안 주먹도끼 학회도 연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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