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무료치료병원을 찾아 헤매다 지하철 역에서 사망한 김선순 할머니의 사연(본보 16일자 9면)과, 지난해 10월 장애인 아들을 의료혜택이 되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일용직 아버지가 자살한 사건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부양의무제도'의 굴레에 갇혀 정부 복지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사회의 빈곤율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지만, 현 정부 들어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낮은 최저생계비 규정, 부양의무제도 규정이 맞물린 결과이다.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2007년까지 꾸준히 상승했지만, 2008년 줄어들었고 지난해에는 총 145만8,308명을 기록해 주민등록인구 대비 비율로 보면 2.88%로 2004년 이후 가장 낮았다. 그 사이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절대적 비곤층은 11.1%(2004년)에서 14.4%(2009년)으로 크게 늘었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국민의 10% 이상이 최저생계비를 못 벌지만 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이 본격 가동되면서, 자격이 안 되는 수급자를 쉽게 걸러 낼 수 있게 돼 수급자가 줄어든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자격이 안 되는 수급자를 걸러내는 노력과 달리, 비수급 빈곤층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노력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이에 따라 복지부가 부양의무자 규정 완화에 나서게 됐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부양의무자 규정 완화를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사실 부유한 자녀를 둔 노인들까지 정부가 모두 보조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부양의무제 완전 철폐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제도개선 노력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부양의무자 규정으로 특히 고통을 호소하는 대상은 독거노인과 장애인 가족이 많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의료혜택 때문이다. 수급자가 되면 각각 노동가능 여부에 따라 1종이나 2종 의료급여 혜택이 주어진다.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과 의료비가 많이 드는 장애인 가구에는 너무나 절실한 혜택인 셈이다. 특히 부양의무 기준 때문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장애인 가족의 경우 "장애인 자식을 살리려면 내가 죽어야 한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게 된다는 것이다. 수급자 외에 기초의료보장 혜택을 받는 대상은 각각의 법령에 따라 이재민, 의사자와 의사자 유족, 18세미만 입양아동, 국가유공자, 중요 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가족, 탈북자, 5ㆍ18민주화운동 관련자 및 유족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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