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의 유족이 4ㆍ19혁명 희생자와 유족에게 51년 만에 공식 사죄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대해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4ㆍ19혁명 관련 단체들 중 일부가 “사죄를 거부한다”는 뜻을 밝혔고, 다른 단체들도 “화해의 손길을 너무 늦게 내밀었다” “진정성을 담은 사죄인지 좀더 지켜보겠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4ㆍ19혁명을 직접 겪지 않은 세대들은 “진정성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사죄가 한국사회의 한 매듭을 푸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했다.
오경섭 4ㆍ19민주화혁명회 회장은 “51년 만에 무슨 뜬금없는 사과냐”고 평가절하했다. 오 회장은 “사과를 하려면 사전에 교감이 있어야 한다. 언론에 알리기 전에 우리에게 한마디 언질을 주는 게 기본적인 예의다. 보도자료에 담긴 내용도 사과가 아니라 해명 수준”이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유세희 한양대 명예교수도 “사죄할 것이 있다면 왜 지금에서야 하나, 그 동안은 왜 하지 못했냐”며 “사죄의 진정성은 좀더 두고 지켜봐야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사단법인 건국대통령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가 이 전 대통령 기념관과 동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죄 방침이 발표된 것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장제모 4ㆍ19혁명기념사업회 전문위원은 “화해라는 이름으로 이익(기념관 설립 등)을 얻으려는 것 아니냐”며 “개인적으로 이승만을 추모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화해했다는 명분으로 나중에라도 국가의 이름으로 이승만을 기리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경섭 회장도 “기념관을 세우려면 국가보훈처가 기금을 대야 하는데 우리가 반대하면 집행을 못하니까 진정성 없이 서둘러 사과의 제스처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죄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반론도 있다. 대승적 차원에서 받아들이자는 입장이다. 윤영오 4월회 회장은 “가해자 쪽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부분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며 “전두환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5ㆍ18 국립묘지에 참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미래를 위해 화합하려는 노력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4ㆍ19를 직접 겪은 세대가 아니라 감격은 덜하지만 분명 환영할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정치갈등이 과거에서부터 비롯된 측면이 큰데 이번 사죄를 통해서 역사의 매듭을 풀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김 교수는 또 “이번 사죄가 정치의 자유화, 민주화,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는 발자국이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죄가 진정성을 갖췄는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죄 자체는 바람직하며 긍정적”이라고 전제하면서도 “3ㆍ15부정선거에 대해서도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명확하고 분명하게 사과해야 이번 사죄를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사죄를 계기로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은 4ㆍ19를 일으킨 장본인으로 독재정권을 이끈 행적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서 6ㆍ25전쟁 당시 보여줬던 지도력 등은 인정해줘야 한다”며 “이승만 대통령의 과를 인정하는 동시에 역사적으로 대결 구도였던 정치 갈등에 마침표를 찍는 화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k.co.kr 송옥진 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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