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외사수사과는 취업을 미끼로 인도네시아로 유인한 뒤 피해자들을 납치, 돈을 뜯어낸 혐의로 김모(45)씨 등 한국인 3명과 인도네시아인 3명 등 인질강도 일당 6명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월23일 선박 항해사 박모(40)씨에게 일자리를 주선해주겠다고 속인 뒤 박씨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납치해 인근 공장에 감금했다. 일당은 박씨 가족에게 전화해 납치 사실은 숨긴 채 "교통사고가 났는데 치료비가 필요하다"는 등의 명목으로 세 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다. 3월22일에는 전기설비 기술자 임모(52)씨를 동일한 방법으로 납치, 감금한 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800만원을 인출해갔다.
일당은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지난 2일 피해자들을 자카르타에서 80㎞ 남쪽에 있는 수카부미 지역의 한 호텔 앞에 버리고 달아났다. 박씨는 가벼운 부상을 입었지만 임씨는 수 차례 흉기에 찔려 의식이 없다가 병원 치료를 받고 건강을 회복 중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조사결과 주범 김씨는 2002년에도 "한치를 수출하려 하는데 물건을 보러 오라"며 한국인 3명을 현지로 불러 납치 감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명은 탈출했지만 1명은 살해됐다. 당시 공범 2명은 붙잡혀 현지에서 복역하고, 한국으로 송환돼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년형을 다시 선고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계속 돈을 부치라고 한 점을 이상히 여긴 박씨 가족이 3월29일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에, 평소와 달리 부인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수상하다며 임씨 가족이 이튿날 서울경찰청에 각각 신고해 수사를 시작했다"며 "현지 경찰이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 협조해 일당을 전원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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