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슈팅 코리아’의 기세는 매서웠다. 단일 종목 최대인 13개의 금메달을 따낸 대표팀 중에서도 한국 사격의 차세대 간판 이대명(23ㆍ경기도청)이 가장 빛났다. 한국 선수단 첫 3관왕의 주인공이 된 이대명은 진종오(32ㆍKT)의 뒤를 잇는 명사수 반열에 올라섰다. 올해 실업무대에 데뷔한 이대명은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한국 사격의 미래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지난 14일 끝난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월드컵에서 10m 공기권총 은메달, 50m 권총 동메달을 따내며 세계 정상급 실력을 뽐낸 이대명을 창원에서 만났다.
비장의 무기는 ‘비밀’
이대명은 올해 혹독한 ‘아시안게임 후유증’을 겪었다. 아시안게임 이후 한 달을 쉬었고, 연말에 각종 시상식 참석으로 본의 아니게 총과 멀어졌다. 이대명은 “사수들이 총을 다시 세우기(자세와 감각을 되찾는 일) 위해선 ‘하루 쉬면 3일, 일주일 쉬면 한 달이 걸린다’는 정설이 있다. 흔들리는 총을 바로 잡기 위해 밤낮으로 훈련하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고 털어놓았다.
3월에서야 컨디션을 되찾기 시작한 그는 창원월드컵에서 메달권에 입상하면서 2012년 런던올림픽 금메달 기대주임을 증명했다. 그는 TV를 보면서 훈련하는 비법을 살짝 공개했다. 숙소에 들어와서도 총을 놓지 않는다는 그는 “총이 흔들리는 건 사수에게 치명적이다. TV를 보면 마음 편하게 총을 잡을 수 있다. 집중력도 향상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장의 무기’에 대해선 비밀로 부쳤다. 개인 철학을 알려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기술적인 게 포함됐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 누구든지 자신만의 뭔가를 가지고 싶어 한다. 저만의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싶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마음의 평정과 끊임없는 성장을 위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그는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최고의 책이 있다. 이 책 안에 모든 해답이 들어있기 때문에 미안하지만 제목은 알려줄 순 없다”고 말해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이제는 이겨야 하는 상대 ‘진종오’
이대명에겐 베이징올림픽 권총 금메달리스트 진종오는 ‘우상’이다. 진종오처럼 되고 싶었던 이대명은 선배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진종오 아바타’를 자청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뮌헨 월드컵 개인전에서 생애 처음으로 진종오를 이겼던 이대명은 아시안게임에서도 진종오를 물리쳤다. 그는 “(진)종오 형이 세계무대에서 남긴 업적을 따라 가려면 아직 멀었다. 깰 기록이 너무 많다”며 “이제는 이겨야 되는 상대이자 라이벌이다. 9살 차인데 치고 올라가야 하지 않겠냐”라고 1인자에 대한 욕심을 드러냈다.
창원월드컵에 진종오가 어깨 부상으로 참가하지 않았던 것도 못내 아쉬웠다. “종오 형이 참가했어도 본선 점수는 아마 제가 앞서지 않았을까요.” 런던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이대명은 세계 신기록에도 도전장을 던졌다. 10m 공기권총 진종오(594점)의 기록이다. 개인 최고 기록이 591점인 그는 “3년 안에 꼭 깨겠다. 사실 컨디션이 좋고 연결이 매끄럽게 이어진다면 누구나 도전해볼 수 있는 기록”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아시안게임 이후 기복이 심하다는 단점을 많이 극복하며 성장하고 있는 이대명이 한국 사격에 어떤 발자취를 남길지 주목된다.
창원=글ㆍ사진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이대명 프로필
생년월일 1988년 9월14일
신체조건 181㎝, 78㎏
출신교 신곡중-송현고-한체대
소속 경기도청
주요경력 도하 아시안게임 10m 공기권총 동메달(2006), ISSF 뮌헨월드컵 10m 공기권총 은메달(2009), 뮌헨 세계선수권 50m 권총 개인전 은메달ㆍ단체전 금메달,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50m 권총 단체, 10m 공기권총 개인ㆍ단체ㆍ이상 2010), 대한체육회 체육대상, ISSF 창원월드컵 10m 공기권총 은메달, 50m 권총 동메달(이상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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