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특위가 20일 전관예우(前官禮遇) 근절을 골자로 한 변호사법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우선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으자 법조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전관예우 관행에 밀려 사건 수임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던 변호사들은 반기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가까운 미래에 전관예우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현직 판검사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모습이다.
전관예우 폐지를 꾸준히 주장했던 대한변호사협회 등 변호사업계는 사개특위의 결정에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표면적으로 신중한 모습을 유지했다. 하지만 전관예우라는 큰 장벽이 사라진 후 형성될 '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숨기지 못했다. 변협 소속의 한 변호사는 "전관예우가 없어진다고 엄청난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능력있는 비전관 변호사들에게도 공정한 수임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데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현직 법관들의 반응은 더 신중하면서도 복합적이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이들은 곧 전관예우의 영역에 진입할 법관들. 이들은 명분상 폐지를 반대할 수 없지만 "왜 하필 지금…"이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법원의 한 고위 간부는 "지방 근무 당시 전관 변호사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전관예우가 없어져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이제서야 없어진다니 솔직히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게 사실"이라고 했다.
법원 내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논리도 등장했다. 재경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출포판'(출세를 포기한 판사)이 법원을 떠날 수 있었던 이유는 전관예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전관예우가 없어지고 이들이 법원 조직에 남는다면 재판 부실 등이 초래될 염려가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직 검사들의 반응은 판사들보다 더 직설적이다. 특히 중간간부급 이상 검사들은 전관예우 폐지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조직의 특수성'등을 언급하며 불만을 표출했다. 재경 지검의 모 부장검사는 "법원보다 승진의 길이 더 좁은 검찰의 경우 인사에서 밀리면 어쩔 수 없이 변호사로 나서야 한다"며 "폐지를 안 했으면 하지만 뭐라고 딱히 말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 간부는 "검사는 남보기에는 좋아보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큰 경제적 풍요를 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며 "전관예우가 힘을 발휘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는데 법으로 무조건 수임까지 제한한다니 앞날이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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