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정권 5년차 총선… 입 마르는 여권수도권 초·재선 중심임기 말 총선 위기감"李心·黨心보다 民心"지도부 대책 마련 부심
여권이 총선을 앞두고 위기감을 느끼는 의원들의 '반기' 기류가 확산될까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이 지도부 방침에 반대해 한_EU(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부결되는 사태가 일어난 것과 유사한 사례가 재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20년 만에 대통령 임기 5년 차에 총선이 치러진다는 점이 이런 걱정을 더 키우고 있다. 대체로 임기 말에 치러지는 총선에서는 여당이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총선과 대선 주기가 다르다 보니 현정부와 여권은 임기 5년 차에 총선을 치르게 돼 더욱 부담을 느끼게 됐다.
본래 임기 5년 차에는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총선까지 치르게 되다 보니 대통령의 구심력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의원들이 당 지도부나 청와대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지역 민심에 민감하게 돼 지도부의 '명령'에 반기를 들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된다. 이심(李心∙ 이명박 대통령 의중)이나 당심(黨心∙당 지도부의 뜻)보다 민심(民心)을 우선하는 행보를 하게 된다는 뜻이다.
한_EU FTA 비준안 부결 과정을 잠깐 복기해보면 이런 분위기를 금방 읽을 수 있다. 15일 비준안 법안소위 통과 방침을 정한 한나라당 원내지도부는 이날 오전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홍정욱 의원에게 법안소위 위원 자리의 사ㆍ보임(다른 의원과 바꾸는 것)을 권유했지만 홍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지도부는 사보임 대상자로 김효재 의원을 정해놓기도 했지만 홍 의원은 결국 소위에 직접 참여해 기권했다.
지도부 방침을 잘 알면서도 그에 따르지 않은 홍 의원의 행동은 서울 등 수도권 초ㆍ재선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총선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수도권 초ㆍ재선 의원의 목소리 내기가 본격화 해 '제2, 제3의 홍정욱'이 나올 가능성이 많다는 관측도 있다.
초선 소장파 모임인 '민본21'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태 의원은 17일 "이제는 무조건적인 당론이나 청와대의 입장, 시간이 없다는 정부의 핑계 등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다른 초선 의원도 "지역을 다녀보면 정부여당에 대한 싸늘한 냉소가 느껴진다"며 "그런데도 지도부가 소속 의원들을 설득하기보다는 밀어붙이려 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영남권 의원들의 반발 정서에다 수도권 의원들의 총선 패배 불안감까지 겹친다면 한나라당은 감당하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핵심 당직자는 "총선에서 각자도생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국정운영 및 당 운영 전반을 점검하고 악화된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가 이날 재보선 관련 기자회견 자리에서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버리고 국익과 국민을 위해 한나라당 전체가 집중하고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복잡한 당내 사정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