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장애인도 편견 없이 사랑하고 싶어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장애인도 편견 없이 사랑하고 싶어요"

입력
2011.04.17 17:35
0 0

장애인의날 맞아 맞선 행사

"올해는! 꼭! 하고 싶습니다!"

16일 오후 서울 청담동의 한 갤러리. 화려한 조명과 인테리어에도 불구하고 무겁디 무거운 분위기를 뚫고 한 사내가 불쑥 나섰다. "영화배우 전지현과 닮은 사람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마주 앉은 게 서먹하기 그지없어 적막감마저 흐르던 장내는 우레 같은 박수와 함께 "우우~" 하는 여성들의 야유로 후끈 달아올랐다.

장애인의날(4월20일)을 앞두고 비영리 사회활동단체 유어웨이(Yourway)가 한국장애인자립생환센터총연합회와 공동으로 '2011 장애인-비장애인 맞선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나솔인(32) 유어웨이 대표는 "장애인이 결혼한다고 하면 모두가 합동결혼식을 떠올리는데 장애인도 결혼식에서만큼은 단독 주인공이 되고 싶어한다"며 "이 같은 소원을 풀어주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맞선 참가 신청자는 모두 150여명. 하지만 최상의 장소와 분위기에서 진행한다는 원칙 아래 남녀 12명씩 24명만 선택됐다. 장애인에 대한 높은 장벽을 실감케 하듯 자리는 모두 장애인들로 채워졌다.

행사장에 마련된 테이블은 모두 6개. 남녀 4명이 바람잡이 역할을 맡은 커플메니저와 한 테이블에 앉고, 남성 참석자들이 다른 테이블을 돌며 대화를 나주는 식으로 이어졌다.

미리 '찍어둔' 반쪽의 마음을 얻기 위한 경쟁은 치열했다. 참가자들간의 대화에 물이 오를 무렵 누군가가 마이크를 잡고 섰다. 한 남성(28) 참석자가 "미래의 여자친구에 들려 줄 노래"라며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주제가 '바라본다'를 감미로운 목소리로 뽑아냈고, 한 여성 참석자는 오카리나로 '여우비'를 멋들어지게 연주했다. 한 남성은 "악기소리가 마치 양 볼을 스치는 봄 바람 같다"고 했다.

창살로 들어온 따뜻한 봄볕 속에 웃음꽃 피웠던 2시간의 탐색전이 끝나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야 할 시간. 24명이 1, 2지망의 쪽지를 내고 사회자의 최종 발표만을 남겨 놓자 장내는 다시 얼어붙었다.

스피커로 울려 퍼진 사회자의 목소리는 "조00-박00씨, 김00-이00씨 축합니다!" 박씨는 "아플 때 약을 사다 줄 수 있는 남자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입을 다물지 못했고 조씨도 싱글벙글 이었다.

기쁨과 실망이 교차하며 막을 내리는 듯 하던 장내가 다시 술렁였다. "여기서 끝내지 말고 우리끼리 동호회라도 하나 만들어요!" 안 대표는 "많은 단체가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참여율이 저조해 존폐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며 "장애인들이기 때문에 칙칙한 복지회관에서 맞선을 보고, 장애인들이기 때문에 합동결혼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린다면 언젠가는 비장애인도 참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