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일 때마다 숟가락 들고 아이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다 지쳐 내가 고안해낸 놀이가 있다. 이름하여 '소금놀이'다. 별 건 아니다. 소금이 담긴 조미료 통과 빈 그릇, 숟가락만 밥상에 올려주면 된다. 그럼 부산하던 아이가 잠시 밥상에 붙어 앉아 소금놀이에 열중한다. 그릇에 소금 한 숟가락, 물 한 숟가락, 반찬 한 조각씩 넣고 섞으며 재잘거린다. 맛있는지 먹어보라며, 짜니까 물을 더 넣어야 한다며, 제 나름대로 '요리'를 한다.
그렇게 앉아 노는 동안 옆에 붙어서 잽싸게 밥을 먹이고 나면 새로운 일이 생긴다. 식탁 주변 바닥이 온통 소금 천지가 되니 빗자루로 쓸든 청소기를 돌리든 해야 한다. 그럴 때마다 로봇청소기 하나 있으면 편하겠네 싶다. 그 말을 듣고 "까짓 거 하나 사자"는 남편에게 "돈이 어딨냐"며 눈을 흘기곤 한다.
내가 기억하던 로봇청소기 가격은 수백만 원대였다. 세상에 처음 등장한 로봇청소기는 2001년 스웨덴 회사 일렉트로룩스가 내놓은 트릴로바이트. 당시 환율로 약 290만원이었다. 보통 가정에선 여간 해서 엄두를 못 낼 가격이다. 게다가 소비자들 사이에선 가격에 비해 '로봇'이라는 이름 값을 못한다는 인식이 많았다. 청소하다 장애물에 부딪히면 아무데로나 방향을 틀어 툭 하면 전선에 뒤엉키고, 침대나 소파 밑에 들어갔다 배터리가 떨어져 난감한 상황이 되기 일쑤였다.
요즘은 로봇청소기가 얼마나 하고 찾아보다 깜짝 놀랐다. 가격이 최저 30만원 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로봇청소기가 나온 지 올해로 꼭 10년. 업계에선 그 동안 거품은 빠지고 기술은 업그레이드 됐다 한다. 예전엔 초음파나 적외선 등 한 가지 방식으로만 장애물을 인식했지만 지금은 적외선과 범퍼를 함께 이용하는 혼합인식 기술도 적용됐다. 쉽게 통과할 수 있는 이불이나 옷 커튼 등도 적외선은 장애물로 인식하지만, 범퍼를 같이 쓰는 로봇청소기는 일단 부딪쳐 보고 돌아오는 압력에 따라 통과할지 방향을 틀지 스스로 판단한다. 자동충전기능이 추가돼 침대 밑 같은 데 들어갔다가 전원이 갑자기 꺼지는 일도 없어졌다.
업계에선 로봇청소기 가격이 이제 최저점을 찍었다고 말한다. 다시 오르는 추세란다. 로봇청소기 업계 흐름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더 나은 '로봇'으로 만들려는 쪽과, 더 나은 '가전제품'으로 만들려는 쪽으로 말이다. 둘은 다른 기술이다. 먼지가 남았는지 스스로 확인해가며 같은 공간을 여러 번 청소하는 꼼꼼한 로봇을 택할지, 집 전체 청소를 한 번에 빨리 끝내주는 효율적인 가전을 택할지, 로봇청소기 시장의 향방은 소비자의 손에 달렸다. 적어도 로봇청소기에선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엄마들이 좌우할 것 같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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