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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카이스트 2.0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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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카이스트 2.0을 제안한다

입력
2011.04.17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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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사태의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총장 추천 5명, 평교수 대표 5명, 학생 대표 3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돼 지난 주말 출범하였다. 비대위가 새로운 카이스트 문제의 일부분이 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카이스트 2.0'을 제안한다.

카이스트의 문제는 표면적으로는 징벌적 차등 등록금제과 강제 영어교육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개별 아젠다의 선악 문제가 아니라, 의사결정 시스템에 있다. 왕성한 대외 소통에 비하여 빈약한 대내 소통이 문제의 근원이다. 소통부재로 인한 균형감각 상실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균형 상실이 문제의 본질

영어교육의 경우 전면 실시와 전면 철폐, 둘 다 대안이 아닐 것이다. 대안은 적절한 중간을 찾는데 있을 것이다. 많은 대학이 나름대로 균형을 찾고 있다. 그 찾아가는 길이 바로 원활한 상호 소통일 것이다. 징벌적 등록금제도 마찬가지다. 현행 제도도 문제가 있지만 국가 세금으로 무한정 지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예컨데 8학기 내에는 지원하고 8학기를 초과하는 경우는 본인이 부담하는 절충안이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균형은 신뢰에 바탕한 소통으로 가능할 것이다. 문제를 혁신과 반혁신의 대결구도로 보면 우리는 문제의 일부가 될 것이다. 혁신으로 가는 목표와 방법에 대한 토론 과제로 본다면,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로 접어들 것이다.

2006년 서남표 총장 부임 이후 이룬 혁혁한 개혁 성과는 분명히 인정되어야 한다. 영년 교수 심사의 강화, 입학사정관제 등의 대학 혁신을 주도하였고 1,3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유치하였다. 미 타임지의 대학 평가에서는 132위에서 69위로 상승하였다.

서남표 개혁의 키워드는 경쟁이다. 경쟁을 통하여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점은 일견 자명하다. 영년제 심사 강화와 징벌적 등록금제등 경쟁적 제도의 도입으로 카이스트의 '학문적 수월성'은 분명히 발전했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는 늘 공존한다. 서 총장 부임 이후 카이스트의 학생 동아리 활동은 현저히 감소하였다. 벤처 창업의 요람이던 카이스트의 신규 창업이 수십 분의 1로 격감했다. 카이스트와 산업계의 거리도 벌어졌다. 융합 기술은 카이스트 내부의 학과 중심 연구보다는 산업계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프로젝트의 해결과정에서 발전한다. 산업계와의 거리는 신규 창업의 아이디어 창고를 비우게 하였다. 학점을 받기 위한 과도한 경쟁과 강제 영어교육은 캠퍼스에서 재미와 열정을 사라지게 하였다.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협력을 배우지 못하는 일률적 경쟁이 창조성을 키울 수 있을까.

학문적 수월성은 중요하다. 그러나 학문을 산업으로 연결하는 기업 활동도 소중하다. 학문적 수월성은 기업가 정신과 균형 있게 발전되어야 한다. 학문과 기업활동의 선순환 발전은 창조성과 도전 정신의 융합에 기초한다. 교수와 학생의 자발적 동기부여가 성공의 키다. 이 선순환 과정에서 진정한 카이스트의 새로운 미래 비전이 나올 것이다. 선순환 균형 발전을 공유와 개방의 철학으로 다 함께 이루어 내는 새로운 모델을 카이스트 2.0이라고 명명해 본다.

자발적 동기 부여가 관건

카이스트2.0은 교수와 학생이 타율적 통제가 아니라 스스로 자기 조직화하는 스마트 캠퍼스로 진화하자는 것이다. 카이스트는 교육 플랫폼을 제공하고 교수와 학생들이 산업계와 열린 상호작용을 하면서 콘텐트를 만들어 가자. 창조성 발현을 위하여 카리스마적 리더십은 개방과 공유에 기반한 소통의 리더십으로 진화해야 한다.

리더십이란 목표 달성을 위하여 타인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라 하지 않는가. 카이스트의 새로운 리더십은 구성원 전체를 자발적으로 참여시키는 동기 부여에 있을 것이다. 모두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모두가 개혁의 주체가 되는 새로운 카이스트로 진화하는 그림을 비대위가 그려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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