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다니다 보면 악수하자고, 사진 찍자고 난리에요. 특히 아줌마들이 요즘 날 너무 좋아해서 신기해요. 전에도 몇몇은 알아봤지만 이번엔 완전히 연예인 된 격이죠."
예능의 신(神)으로 통하는 김영희(50) MBC PD는 올해 톡톡히 유명세를 치렀다. 원래 이름이 알려져 있었지만 '우리들의 일밤_나는 가수다'를 진두지휘하며 숱한 화제와 논란을 불러 다시 부각됐고, 김건모 재도전으로 뭇매를 맞았다가 결국 하차했다. 간부에서 일선 PD로 다시 현장에 뛰어든 그에게 지난 몇 달간은 참 드라마틱할 터.
그는 그간 이번 사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소문대로 이번 주 남미로 떠나면 기회가 없을 것 같아 15일 김 PD를 만났다. 현장에서 벗어난 그는 세련된 양복 재킷 차림이었다. 별명이 '쌀집 아저씨'지만 알아보는 사람도 많은 요즘이니 차려 입고 다닐 수밖에.
김 PD의 휴대폰 뒷면에는 아직도 '나는 가수다' 로고가 박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안 떨어지니까"라고 했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그의 애착처럼 보였다. "오늘도 방송국에서 라디오 마친 (윤)도현이가 PD님 하고 달려오는 거에요. 참 반갑더라고요." 김건모 이소라 등 출연 가수들 모두 그가 직접 섭외했다. "그런 쟁쟁한 가수들 섭외할 수 있는 사람은 대한민국에 저 한 사람 밖에 없죠."
그는 '나는 가수다'로 복귀하고 싶어한다는 항간의 보도는 틀렸다고 했다. "물론 회사에서 다시 불러 주면 애착이 컸던 만큼 당연히 할겁니다. 그렇지만 사실 원하는 건 새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거죠. 인터넷을 안 보는데 누가 '김영희 PD가 복귀하고 싶다고 했다'는 기사가 떴다고 말해 주더군요. 설령 내가 하고 싶어도 그렇다고 얘기를 할 수 있겠어요."
연수라고 알려진 것도 사실 여행에 가깝다. 그는 "금전적으로 회사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머리를 식히고 재충전하기 위한 여행"이라고 했다. 결재만 떨어지면 이번 주말쯤 출국할 계획이다.
곡해된 부분을 왜 직접 해명하지 않느냐고 묻자 "내 생각을 듣고 싶어하는 걸 알지만 말을 아꼈습니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깐.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하면 되는 거죠."
기자와 만난 시간은 한 시간이 채 안됐지만 인터뷰와 강연 요청 전화가 쇄도했다. 논란이 좀 잠잠해진 요즘도 하루에 걸려오는 전화만 20~30여 통. "그러려니 하고 살아요. 전에 사회적 여파가 더 컸던 '양심 냉장고' 성공 때도 이만큼은 아니었어요. 아무래도 '나는 가수다'가 문화적 충격이 더 컸나 봅니다."
인기 가수 뺨치는 인기에 그는 뭘 해도 불편하다고 했다. "식당에 가도 처음부터 아는 척하는 것도 아니고 은근히 다 보고 있어요. 그러다 갈 때 '프로그램 잘 봤습니다' 인사를 하니, 원."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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