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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과학의 날, 후손들을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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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에세이] 과학의 날, 후손들을 생각하자

입력
2011.04.1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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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은 제44회'과학의 날'이다. 숙명처럼 여긴 가난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적 방책으로 과학기술을 선택하고 '과학의 날'을 공표한 1968년, 국민소득은 100달러도 안 돼 세계 꼴찌 수준이었다. 그러나 불과 반세기만에 기적같이 산업화에 성공했고 GDP는 238배, 수출액은 무려 1만 3,200배로 증가했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한국은 지금 철강 자동차 반도체 조선 산업에서 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이 눈부신 성장에 지렛대 역할을 한 과학기술의 공헌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1966년 우리나라 최초의 종합연구소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설립되었다. 당시 과학기술자들은 참으로 열심이었다. 대학교수의 3 배에 달하는 연봉 등 파격적인 대우 때문만은 아니었다. 과학기술 진흥을 위한 정치지도자의 의지와 전폭적 지원, 연구 자율성의 보장이 밑거름이었다. KIST는 설립 이후 2003년까지 55조원의 경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KIST는 대한민국이 무엇으로 먹고 살아가야 할지 주력 산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싱크 탱크 역할을 했다. 포항제철 건설계획을 만들고, 현대 조선소 설립 토의를 주도한 것도 과학기술자들이었다. 1세대 전(全)전자 교환기, 컬러TV, 폴리에스터 필름, 반도체 웨이퍼, 광섬유 등의 국산화와 산업용 기초기술 개발을 위해 밤을 지새웠다. 이제는 많은 개발도상국 관계자들이 한국의 비약적 성장 비결을 배우고 싶다며 KIST를 찾아오고 있다.

선진국 진입을 눈 앞에 둔 지금 과학기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미래 성장동력인 바이오 산업은 기초과학 연구 결과가 고부가 가치 신약개발로 직결된다. IT, 지능형 로봇, 2차 전지 자동차 등도 미래의 국부 창출을 결정짓는 기술이다. 우리는 우수한 과학기술자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 기반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과학기술 투자다. 과학기술 투자는 결과를 확실히 예측하기 힘든 위험한 도박이라고 한다. 그러나 더 위험한 것은 과학기술 투자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치 지도자들의 혜안과 실천 의지가 긴요하다.

둘째, 정치에서 독립된 자율성과 순수성의 보장이다. 최근 과학비지니스벨트 입지 논란은 편협한 지역이기주의와 정치적 이해타산 싸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과학기술계의 자율적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셋째, 중장기적 안목이다. 반 세기 전, 정치지도자들의 과학기술에 대한 넓은 안목과 인내가 경이로운 성장을 견인하였다. 그런 자세로, 새로 출범한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전폭적이고 실질적인 권한을 줘야 한다.

넷째, 과학기술 진흥을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과학기술계와 정부는 과학기술의 중요성과 성과를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을 기울여 미래를 위한 투자에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올해 '과학의 날' 기념식에는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으면 한다. 바로 우리의 자라는 후손들이다. 과학자와 정치지도자, 국민이 함께 지난 역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후손들을 위한 긴 안목의 과학기술 진흥을 다시 생각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눈 앞의 이해득실을 떠나 우리 후손들과 나라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함께 머리를 맞대기를 과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소망한다.

유영숙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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