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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북한과 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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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북한과 리비아

입력
2011.04.1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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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주장처럼 리비아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미국의 공격을 받지 않았을까. 리비아 사태를 핵 보유 명분으로 삼으려는 북한의 논리가 뜬금없지만, 이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면 리비아 사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이라크 전쟁 뒤인 2003년 12월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관계정상화와 경제지원을 대가로 서방이 요구하는 핵 프로그램 폐기에 합의했다. 미국은 약속대로 대사급 관계를 맺었고, 프랑스는 160억 달러에 달하는 원자로 건설지원 계약에 사인했다. 영국도 리비아와의 '새로운 관계'를 선언했다.

리비아식 해법과 북한 핵

공교롭게도 지금 리비아 공습은 '핵 없는 리비아'의 탄생을 축하했던 미국과 프랑스, 영국이 주도하고 있다. 카다피가 서방 요구를 거부하고 핵 개발에 성공했다면 리비아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것은 북한뿐 아니라 미국 언론도 심각하게 제기하는 의문이다.

불행하게도 핵 논란의 역사를 보면 '핵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군사ㆍ외교적 대응이 그야말로 천양지차로 달랐던 사례가 적지 않다. 가까운 예는 파키스탄이다. 미국은 알 카에다를 섬멸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지만, 알 카에다 지도부가 옮겨 간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군사적 대응 대신 신중한 외교로 일관하고 있다. 핵 보유국 파키스탄의 정정 불안이 야기할 파장을 우려한 것이다. 1969년 중소 국경분쟁 때 중국에 핵이 없었다면 소련이 지상군을 동원한 대규모 공격을 감행했을 것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미중 관계에 새 역사를 쓴 1971년의 '핑퐁외교' 역시 중국의 핵보유국 지위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이"안전담보와 관계개선이라는 사탕발림으로 무장해제시킨 다음 군사적으로 덮치는 침략방식"이라며 핵 보유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은 전혀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북한에 '리비아식 해법'을 강하게 요구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가정을 전제한 이런 의문에 답을 내린다는 것이 무의미하지만, 리비아 사태가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구실로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북한 전문가 루디거 프랭크 교수는 소련이 미국과의 핵 경쟁을 포기하고 평화노선을 취한 뒤 소련이 해체됐다는 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핵 사찰을 수용한 뒤 미국의 공격으로 정권이 무너진 사실과 함께 이번 리비아 사태를 북한이 핵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반면교사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분명한 철학 보여야

북한이 내세우는 의혹과 궤변을 불식하는 근본적 처방은 원칙과 명분에 입각한 일관성 있는 대응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 오바마 행정부의 리비아 해법에서는 뚜렷한 원칙과 가치를 찾아보기 힘들다. "인도주의적 만행을 외면하지 않겠다"면서도 "리비아는 미국의 핵심 이익이 아니다"는 모호한 말로 리비아 사태에서 발을 빼려 한다. 미국이 리비아에 대해 혼란스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한에 그릇된 메시지를 남겨 빗나간 행동과 도발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리비아 핵 프로그램을 해체하면서 "다른 지도자들도 리비아를 따르기 바란다"고 북한과 이란을 지목했다. '리비아식 해법'이 유효하려면, 미국은 리비아 사태를 분명한 철학을 갖고 다뤄야 한다.

황유석 워싱턴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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