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12일 도급순위 34위의 삼부토건에 이어 15일에는 35위 동양건설산업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09년 이후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기업 가운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는 29개나 된다. 문제는 부실 건설사뿐만 아니라 수십 년 간 흑자를 이어온 우량 건설사들이 일시적인 자금난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동양건설산업은 미분양 주택이 거의 없는데다 작년까지 1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우량회사다. 삼부토건도 지난해 20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탄탄한 기업이다.
이런 우량 건설사들이 금융권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회수가 본격화하면서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자금난에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며 부동산 PF대출 비율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에만 저축은행 8곳의 영업을 정지시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저축은행들이 퇴출을 피하기 위해 무차별 대출회수에 나서면서 흑자 도산이 속출하고 있다.
PF대출 잔액 66조원 가운데 38%(25조원)의 만기가 연내 돌아오고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줄부도 사태가 우려된다. PF부실의 1차 책임은 수익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채 무리하게 빚을 내 사업을 벌인 건설사에 있다. 회생 가능성이 낮은 건설사는 도태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우량 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무너지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 건설업체의 무더기 도산은 하도급업체의 연쇄 도산과 금융부실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악순환을 막으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량 건설사들의 운영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없도록 PF만기 연장 등으로 숨통을 틔워주어야 한다. 건설사와 금융권의 불신이 깊어진 데는 채권단 75%가 동의하면 워크아웃 신청이 가능하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작년 말 폐지돼 채권단 100% 동의가 필요하게 된 탓이 크다. 이 때문에 건설사들이 채권단 몰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를 막으려면, 촉진법 부활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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