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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체납세금 징수 민간 위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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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공방-Hot Potato] 체납세금 징수 민간 위탁

입력
2011.04.17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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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정의 실현인가, 또 다른 인권 침해인가.

지난해 5월 민주당 홍재형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지방세 체납징수 업무의 민간 위탁을 허용하는 '지방세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방세 체납액이 계속 누적되고, 한정된 행정인력으로 체납 지방세를 효율적으로 관리ㆍ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자는 차원이다.

그러나 체납세금 징수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 및 인권침해 우려가 있어 정부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나온다. 먼저, 국세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긍정적인 입장이다. 신용정보업체가 2000~2009년 81조원가량의 채권추심 업무를 수행, 필요한 경험과 전문성을 축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민간을 활용하면 체납 세액자들의 세금 회수율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조세정의 실현이라는 대의명분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윤증현 장관도 지난달 '제2차 공정사회 추진회의'에서 "민간에서 더 발달된 정보획득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고액 체납자에 대해 효과적으로 체납세액을 정리할 수 있다"며 "고액체납세액부터 단계적으로 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해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정부는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제도 도입에 필요한 국세징수법 개정안을 마련, 하반기 정기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반면 행안부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민간에 추심 업무를 위탁하면 개인정보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과도한 추심행위로 인해 체납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또 지방세법상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행위는 민간 위탁을 할 수 없다는 규정을 근거로 징수 업무 민간 위탁이 실정법에 어긋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민간에 위탁할 경우 징수비용이 필요 이상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찬반 논란이 팽팽한 체납세금 징수 업무의 민간 위탁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입장을 들어봤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 찬성 "상습·고질적 체납 징수만 민간위탁, 개인정보 침해땐 업종 퇴출로 보완"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하다.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할 경우엔 업종에서 퇴출시키는 등 제도장치를 통해 민간위탁을 시범적으로 몇 개 기관들을 중심으로 실험해 보자 "

세무행정은 공공부문의 고유영역이다. 체납액 추심을 포함한 징수업무도 세무당국이 하는 게 원칙이다. 모든 납세자가 성실하면, 세금 징수문제는 없다. 그러나 납세자들 중에는 자신의 소득 및 재산을 빼돌려 서류상으로는 빈털터리가 되어, 의도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 또한 성실한 납세자라고 해도 사업 등 여러 가지 사정상 도저히 납부할 소득이 없는 경우도 생긴다. 세무당국은 이들 체납자들을 지속적으로 추적해 소득이 발생하거나 숨겨온 자산을 찾아냈을 때 징수해야 한다.

그런데 체납액 규모가 7조원에 이르러 손 놓고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08년 체납액은 국세 4조1,820억원, 지방세 3조4,096억원 등 7조5,916억원으로 전체 부과된 세금(279조6,863억원)의 1.5%수준이다. 세부 비율로 봐도 국세의 체납액 비중은 1.8%에 불과하지만, 지방세는 6.9%로 국세에 비해 월등히 높다. 특히 지방체 체납건수는 5,048만여 건으로 평균적으로 국민 1인당 한 건씩 체납하고 있는 꼴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개선의 여지도 많다는 뜻이다.

민간부문이 그 틈을 채울 수 있다. 체납액을 효율적으로 징수할 경제적인 유인책을 강구해 성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이 그 동안 해온 채권추심 업무의 성과를 보더라도 이를 뒷받침 해준다. 신용정보업체는 2000년부터 2009년까지 81조원 가량의 채권추심 업무를 수행했다. 연평균 8조원으로 업무위탁에 필요한 경험과 전문성을 어느 정도 축적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은 본질적으로 끈기 있게 추적할 유인이 작동하지 않는다. 세무공무원 입장에서는 체납액이 쌓이면 그만큼 개인의 업무성과가 나빠지므로, 적당한 시기에 결손처분하게 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납결손 된 지방세는 8,423억원이다. 사회적 관점에서는 계속적으로 추적해서 징수해야 하지만, 1조원에 육박하는 세금에 대한 납세 의무가 사라진 것이다. 체납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이러한 유혹은 더 커지게 된다.

물론 공공부문은 인력부족 등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고질적 체납업무는 세무공무원 입장에서도 업무량이 많은 영역이다. 한국조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체납 업무를 담당하는 지방세 공무원은 2,173명이다. 체납 건수(5,048만건)를 감안하면 공무원 1명이 2만3,232건을 담당해 1건 당 고작 6분을 투입할 수 있다.

게다가 우리의 세무행정은 세무조사와 같은 고유영역에 대한 강도가 약한 편이다. 세무조사 대상자 선정비율이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어차피 충분한 인적자원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있으면, 고질적 체납업무를 민간에 위탁함으로써 세무조사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민간과 세무당국이 서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방안이다.

민간위탁 업무에 반대하는 진영의 주된 논리는 개인정보의 침해다.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제도를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보완이 가능하다. 민간의 징수업체는 독점구조가 아니고, 경쟁구조를 띠고 있다. 개인정보의 침해문제가 발생하면, 해당업체는 민간위탁 업종에서 퇴출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경쟁구조로 인해 법에 정해진 개인정보 보호를 자발적으로 준수할 유인이 작용한다. 반면, 효율적 징수는 공공부문이 담당하는 현 제도로는 구조적으로 해결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공공부문의 자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공공부문은 유인책이 없고, 오히려 비효율적인 징수로의 유인책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민간위탁과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고는 현재의 체납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징수업무를 모두 민간에 위탁하자는 게 아니다. 고질적인 체납에 대해서만 민간위탁을 하자는 것이다. 민간과 공공부문이 가지는 특기를 최대한 살려, 좀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게 더 중요하다.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할 경우엔 업종에서 퇴출시키는 등 제도장치를 통해 민간위탁을 시범적으로 몇 개 기관들을 중심으로 실험해 보자. 충분한 성과가 나오고 공공부문도 업무량이 줄어드는 혜택이 있으면, 정부가 먼저 시행하자고 할 것이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

■ 반대 "편익보다 비용 커 美국세청도 포기, 권역별 전담반 운영등대안 검토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의 채권추심전문요원을 공무원으로 채용하거나 민간 우수채권추심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체납징수에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해마다 체납세금이 늘어나자 기획재정부는 체납세금 징수를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지방세 체납징수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는 입법안도 발의됐다. 정부는 효율적인 업무처리 가능, 민간추심회사의 축적된 경험과 전문성 활용, 공무원인사제도의 한계 등을 이유로 체납세금 징수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의견도 타당성이 있으나, 새로운 제도 도입에는 다음과 같은 측면들이 미리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먼저, 행정의 공공성과 책임성 문제다. 공공부문은 민간과 달리 행정의 공공성과 책임성이 강조된다. 민간추심회사에 체납징수업무를 위탁할 경우 실적 중심의 과도한 체납징수가 나타날 수 있고, 정당한 법정절차나 과정을 경시해 납세자 권익이 침해될 수 있다. 민간추심업체가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공공성과 책임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제도 설계 시 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미국 국세청은 개인정보 보호, 납세자권익 침해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민간위탁을 포기했다. 따라서 행정의 고유한 성격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인지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민간위탁에 따른 비용도 문제다. 민간위탁에 따라 단순 지표상으로는 체납액 대비 징수액(징수율)은 높아질 수 있으나, 민간위탁에 추가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비용을 생각하면 징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만 말할 수 없다. 즉, 비용(cost) 보다 편익(benefit)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체납징수업무의 민간위탁 시 민간추심회사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이 필요한데, 이는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추가적인 사회적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민간위탁시장이 경쟁적이지 않고 특정업체에 의해 시장가격이나 공급량이 결정되는 독과점시장이라면, 적정수준으로 수수료가 결정되지 않고 사회가 필요한 서비스의 질이나 양이 공급되지 못해 특정 위탁업체에 휘둘릴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런 시장구조라면 과도하게 수수료가 산정되어 전체적인 비용도 커질 수 있다. 미국 국세청이 이 제도를 폐지한 것은 국세청에서 직접 징수하는 것보다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 비용 대비 편익 측면에서 우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일반납세자인 국민들의 수용도나 다른 행정기관의 업무협조 측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세징수업무는 대표적인 권리침해적 행정행위이다. 이러한 권리침해적인 행정행위를 민간추심업체가 수행하는 것에 대해 일반납세자가 얼마나 협조적으로 순응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의 여지가 있다. 또한 민간추심기관이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행정기관의 업무협조가 필수적인데, 이러한 업무협조가 얼마나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

이처럼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로 인해 선진국도 민간위탁제도를 중도 포기하거나 소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세금체납 징수를 민간에 위탁했다가 2009년 포기했고, 현재는 주정부만 해결할 수 없는 징수업무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일본도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 징수를 담당하는 민간업체 직원을 지자체의 콜센터에 파견해 전화 독촉을 하는 수준이다. 양국 모두 압류처분 등 강력한 수단보다 독촉전화 통지 방문 등 소극적인 사실행위에 국한하고 있다. 따라서 중앙정부도 징수하지 못한 세금을 민간추심회사가 소극적인 방법으로 얼마나 징수할 수 있을 지 그 효과도 의문시된다.

결론적으로 체납세금 징수의 민간위탁 보다는 다른 대안을 검토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가령,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민간의 채권추심전문요원을 공무원으로 채용하거나 민간 우수채권추심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체납징수에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소규모 자치단체가 체납징수업무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으므로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전문적인 체납징수전담반을 공동 운영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최원석 한국납세자연합회 사무총장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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