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의 이기주의가 끝이 없다. 타임오프제 반발에 이어 이번에는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단체협상 요구안을 마련했다. 자기 자식들에게 정규직 자리를 물려주는 '채용 세습'까지 생각해낸 것이다.
노조가 내세운 명분은 현대차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는 데 노동자의 기여가 컸던 만큼 이를 인정해 자녀들을 채용할 때 가산점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의 욕심대로라면 올해 당장 200명, 2018년에는 무려 1,000여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매년 높은 임금 인상률에 성과급, 주식보너스도 모자라 이제는 일자리까지 대물림하면서 독차지하겠다는 얘기다. 어이가 없다.
우선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오늘의 현대차를 만든 주인공은 정규직 근로자들만이 아니다. 회사의 꾸준한 투자와 연구는 그만두고라도 8,000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인 사내 하도급 근로자들의 노력과 희생을 무시할 수 없다. 상식이 있는 노조라면 기여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상이 적었던 이들의 처우 개선과 고용 안정부터 우선 생각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외면하고 앞으로는 내 자리까지 대물림하겠다는 태도는 누가 봐도 지나치다. 노조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경제성에도 맞지 않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특혜 채용은 그나마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빚는다. 취업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청년들로서는 억울하고 허탈할 수밖에 없다. 회사 역시 상대적으로 유능한 인재를 뽑을 기회가 적어져 경쟁력이 약화된다. 만약 노조가 이를 포기하지 않고 다른 양보와 조건을 내걸어 요구하더라도 결코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미 기아차와 대우자동차 등 노조에 밀려 단체협약에 자녀 우선 채용을 허용한 곳도 마찬가지다. 단지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라는 이유로 '특혜'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골적으로 가족에게 자기 자리 물려주기를 하려는 사회에서 어떻게 기회 균등과 공정성이 살아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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