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회부적응자는 아니에요. 사회부작용자라고 하면 또 몰라도….”
작가는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했다. 스스로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무던 애를 쓰기 때문에 사회부적응자라 불리는 것은 못내 억울하다는 얘기다. 그가 굳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애를 쓰는 까닭은 뭘까. 또 사회부작용이라는 건 무슨 얘길까. 작품을 보기 전에 그의 삶이 더 궁금해졌다.
개념미술가 코디 최(50)는 고려대 사회학과 재학 중인 1983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미국에서 사회학에 흥미를 잃고 생계를 위해 일단 막일부터 시작했다. 미술은 야간대에서 배웠다. 뭔가 공부하긴 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었던 그가 우연히 선택한 것이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흥미로웠다. 미술은 이방인의 삶을 달래 줬다. 언어의 장벽이 컸던 그에게 미술은 일종의 소통의 도구였던 셈. 최씨는 “미국에서 살면서 느꼈던 문화적 장벽과 차이를 말 대신 미술로 표현하고 꼬집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작품 ‘골든 보이 포스터’에는 동양인인 작가가 미국의 유명한 소화제를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작가는 “실제로 미국에 처음 갔을 때는 서양의 문화를 소화시키지 못해 소화제를 6개월간 끼고 살았다”며 “동양인의 무조건적 서양 모방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90년대 동ㆍ서양의 문화 충돌, 서양의 오리엔탈리즘 등을 끊임없이 비판하며 뉴욕에서 본격 작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리곤 2004년 고국에 대한 향수에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최씨는 “20년간을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살면서 나는 어느 사회에서도 정착할 수 없었다”며 “영어와 한국어 둘 다 부자연스러워졌고, 미국 문화의 가벼움에 질색하면서도 또 어느새 내 시선은 서구의 영향에 물들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그가 한국에 돌아온 후 역으로 느꼈던 한국 문화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한 작품으로 꾸려졌다. 중국어 영어가 혼합된 ‘최고급 한우 스테이크’라는 작품은 이 말이 주는 불편함, 서구 문화에 대한 환상과 문화의 중첩, 타인의 평가에만 집착해 무화한 의식 상태에 사는 젊은이를 안타까워하는 그의 시선을 담은 설치와 회화 작업 등 총 13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내달 14일까지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 (02)515_9496
강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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