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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가요 심의 잣대 오락가락/ 같은 '벙어리' 표현도 누구는 "불가" 누구는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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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가요 심의 잣대 오락가락/ 같은 '벙어리' 표현도 누구는 "불가" 누구는 "통과"

입력
2011.04.1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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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만난 순간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네.'(미미시스터즈의 '미미')

'너조차도 지키지도 못했던 바보 등신이었다.'(동방신기의 '이것만은 알고 가')

최근 발표된 두 노래 중 KBS에서 방송 금지된 것은 어느 쪽일까. 답은 '미미'다. KBS는 지난 8일 '미미'의 가사 중 '벙어리'란 단어가 장애인을 비하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며 방송 부적격 판정을 내렸다. 반면 '바보 등신'이란 인격 비하 표현이 포함된 동방신기의 노래는 KBS를 무사 통과한 대신 MBC에서 제동이 걸렸다. 동방신기는 MBC에서만 '바보 같은 나'로 가사를 바꿔 부르고 있다. 미미시스터즈는 가사를 바꿀 뜻이 없어 KBS 방송 출연을 포기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둘쭉날쭉한 가요 심의 기준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방송사마다 제각각인 기준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같은 방송사에서도 사안에 따라 판정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KBS 방송심의 관계자는 '미미'의 방송 부적격 판정과 관련해 "벙어리란 단어를 못 쓰게 하는 건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가사를 바꾸면 될 텐데 왜 굳이 그 단어를 고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같은 단어가 들어가고도 심의를 통과한 옛 사례에 대해서는 "그 당시엔 심의를 맡고 있지 않아 모르겠다"는 궁색한 답변을 했다.

실제로 2009년 발표된 케이윌의 '최면'은 '말이 없는 벙어리'란 가사 때문에 KBS에서 방송불가 판정을 받았다. 반면 같은 해 발표된 장기하와얼굴들의 '달이 차 오른다, 가자'는 '지레 겁먹고 벙어리가 된 소년'이란 가사를 담고도 KBS 심의를 통과해 버젓이 방송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이후 발표된 앨범 중 제목에 '벙어리'란 단어가 들어간 노래는 JK김동욱, MC몽, 옥주현의 '벙어리'를 비롯해 70여개에 달한다. 그만큼 말 못할 답답한 상황을 이를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인데도, 명확한 잣대 없이 적격-부적격 판정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한 음악방송 관계자는 "KBS가 공영방송이라 심의 규정이 다른 방송사보다 엄격하긴 하다"며 "하지만 가끔은 그 엄격함의 기준이 무엇인지 의문이 들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식 심의 기준은 최근 선정성 논란을 빚은 걸그룹의 의상과 안무에서 더 두드러진다. 방송사들은 여론의 질타를 맞으면 바짝 고삐를 죄었다가 관심이 멀어지면 다시 느슨해지는 등 갈짓자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걸그룹 f(x)와 GP베이직 등의 선정성 논란이 불거지자 지상파 방송사들은 '가슴골이 보여서는 안 된다'등의 강화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단속'에 나섰다. 비슷한 상황이 6개월 만에 재현됐다. 무릎을 꿇은 채 다리를 벌리는 걸그룹 포미닛의 이른바 '쩍벌춤', 핫팬츠와 가터벨트 차림의 걸그룹 라니아의 무대가 방송을 탄 뒤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방송사들은 다시 규제 강화에 나섰고, 걸그룹들은 의상과 안무를 바꾸느라 법석을 떨었다.

여론 눈치보기 식 규제가 되풀이되면서 도대체 선정성의 기준이 무엇이냐는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아이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음반 제작자들이 춤의 선정성을 상업화하는 게 문제"라면서도 "무조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차별화된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가요계 표현수위의 재량을 존중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의 'Dangerous'작곡가로 유명한 테디 라일리는 자신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은 라니아의 안무와 의상이 선정성 논란에 휩싸인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K-POP이 세계 시장에서 미국, 유럽 등지의 팝 음악과 정면 승부를 하려면 이 같은 규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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