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보안당국이 반정부 시위대 내부에 요원들을 침투시켜 지도부를 체포, 살해하도록 지시한 내용을 담은 비밀 문건이 공개됐다고 미 msnbc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개입을 막도록 살해는 한번에 20명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포함돼 있다.
방송에 따르면 이 문건은 시리아의 저명한 인권운동가로 미국에 체류 중인 라드완 지아데가 입수해 공개했다. 미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인 지아데는 12일 시리아 내부소식통으로부터 문건을 확보해 야당 인사들에게 회람시켰다. 이 문건은 시리아 보안당국 고위 관리들이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는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해 "조작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랍어로 쓰여진 문건의 작성일은 반정부 시위가 불붙기 시작한 지난달 23일로 돼 있다. 문건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우리의 최고 존엄"으로 지칭하면서 "이에 도전하는 어떤 행위에도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문건은 대책회의의 목적을 "이집트와 튀니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고 규정하고, 1982년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하페즈 알아사드가 무슬림형제단의 반정부 시위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던 것처럼 "시위를 초기에 억누르지 않을 경우 정권이 무너진다"는 논리를 세웠다.
문건은 미디어, 보안, 정치 3개 분야의 대책을 거론했다. 주요 내용은 ▦반정부 시위대를 시오니즘이나 미국과 연계한 세력으로 몰아 대중의 지지를 떨어뜨릴 것 ▦비밀요원들을 반체제 활동가로 둔갑시켜 페이스북에서 야당관련 정보를 수집할 것 ▦시위대 내부에 사복 보안요원들을 잠입시켜 혼란을 유발할 것 등이다.
문건에는 "시위대 살해는 한 번에 20명을 넘지 않도록 한다"는 지침도 나와 있다. 시위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유력 인사를 죽이되 국제사회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사망자수는 최소화하겠다는 의미다.
한편 시리아 국영TV는 14일 "아사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아델 사파르 신임 총리가 내무장관과 재무장관을 새로 임명하는 조각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아사드 대통령은 이와 함께 중대 범죄자를 제외하고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사람들을 모두 석방하라고 지시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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