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면서 몇몇의 크고 작은 실패를 경험한다. 아마도 신을 제외하고 실패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웠으며 다음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교훈을 어떻게 활용하는가 이다. 특히 우주발사체와 같이 복잡한 우주시스템을 개발하는 데는 실패를 통해서 얻어지는 교훈의 활용이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우주개발 선진국들도 아직까지 개발과정에서 다양한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여 년 간 발사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번의 작은 실패가 있었다. 30톤급 엔진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소시험 도중에 엔진이 폭발하기도 하였으며, 러시아에서 수행한 실험에서는 엔진이 실험장치와 함께 크게 폭발하여 실험설비를 보상해 주었다. 그러나 그 원인을 분석하여 다음 단계의 개발에 적용할 수 있었고 그런 경험들이 모여 발사체를 독자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나로호 2차 발사가 실패한지 반년이 더 지났다. 러시아와 공동으로 실패 원인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도 명확한 규명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러시아가 제작한 1단 로켓의 연결부위에서 어떤 결함이 발생한 것이 발사 실패원인이라 주장하지만 러시아 측은 오히려 우리가 제작한 상단 로켓의 자폭 장치가 저진공상태에서 오작동한 것이 실패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발사 실패에 대한 원인규명과는 상관없이 나로호 3차 발사를 양국이 합의하였고 원인 규명이 이루어지면 늦어도 2012년 상반기 안에 3차 발사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나로호 발사실패로 우리는 어떤 교훈을 얻었는지 확인하는 것은 우주개발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일이다. 기술적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2차 발사를 앞두고 있었던 몇 차례의 발사 연기, 소화 장치의 오작동, 개발 관련자들의 애매한 해명 그리고 성급하게 진행된 2차 발사와 공중 폭발 등은 앞으로 우리가 어떤 우주개발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고 생각된다.
첫번째 교훈은 나로호 발사는 더 이상 과학자들만의 연구개발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참여하고 성원하는 과학축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실패한 나로호 발사에 대하여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결국 우리의 기술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는 것을 인정하여야 한다. 우리의 기술수준을 정확히 판단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솔직하게 계획을 세워 추진해야 한다.
두번째로 국민들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도 갖추어져야 한다. 나로호 발사 실패 이후에 과연 우리의 기술 수준이 한국형발사체 개발을 주도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문들이 의구심을 넘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잘못을 저지른다면 더 큰 어려움을 부를 수 있어 경계하여야 할이다.
우리나라가 우주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이제 20여년이 지났다. 앞으로의 우주개발에서도 지금보다 더 큰 어려움과 실패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실패를 두려워하고 좌절하는 나약함이 아니라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모색하는 용기가 아닐까 한다. 우주개발을 위한 우리의 도전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창진 건국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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