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일보 보도를 보니 서울 종로구가 세종대왕이 나신 곳에 영어 마을, 영어 도서관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나는 이를 보면서 정치인과 국민은 말할 것 없고 얼빠진 나라가 되어 가는 것으로 보여 걱정스럽다. 도대체 저런 일을 하는 정치인과 공무원과 학자가 제 정신인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가 없다. 더욱이 그게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국민이 있어 더 기가 막힌다.
세종대왕은 우리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떳떳하게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고,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세계 으뜸 글자로서 우리의 보물이고 자랑인데 그걸 모르거나 무시하는 한국인이 많다. 입으로는 세종대왕이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한글을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는 세종대왕이 하신 일과 정신을 이어가고 본받으려고 애쓰지도 않고 그런 시설과 터가 없다. 한글은 우습게 여기고 한자와 영어를 더 섬긴다. 학교에서도 제 나라 말이 아닌 영어로 교육을 하고 회사와 국가기관과 부서 이름까지 영어로 바꾸는 것이 그 증거이다.
모든 나라가 그 나라 국민이 가장 우러러보는 지도자가 태어난 곳을 찾아 성역으로 꾸미고 국민 교육장으로 만들어 다른 나라 사람에게까지 자랑하고 관광지로 만드는데 우리는 세종대왕 나신 곳을 알리는 조그만 표지석만 길가에 만들어 놓고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제대로 된 나라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수십 해 동안 그 터를 찾아 겨레의 자주문화 성역으로 만들자고 정부에 건의하고 지난해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날에 그 표지석이 있는 곳에서 1인 시위까지 했다.
그 뒤 서울시에서 한글학회, 주시경 선생 살던 집, 한글이 태어난 곳인 경복궁, 한글을 만든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 있는 광화문 세종로 일대를 한글문화 관광중심지로 만들기로 해서 환영하고 협조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종로구가 세종대왕 나신 곳에 있는 집에 영어 도서관을 만든단다. 겨레의 위상을 높여줄 이 숭고한 사업과 국민의 소리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고 겨레 앞길을 막는 일이다.
세종대왕 나신 터에 있는 그 집을 세종대왕 업적과 정신을 알리는 집으로 꾸미거나 세종대왕이 만든 훈민정음으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들 모든 외국어를 적을 수 있는 것을 보여주는 곳이나 그 외국어들을 훈민정음 28자로 쉽게 발음하고 배울 수 있는 배움터로 꾸미길 바란다. 뜻있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그런 연구와 실험을 끝내고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애타게 찾고 있다. 생각을 바꾸고 머리를 쓰면 영어 마을이나 영어 도서관보다 그 자리를 더 값있고 뜻있게 쓸 일이 많다.
지금 나라 밖에서 우리말과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인기가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그런데 나라 안에서는 오히려 제대로 알아주지 않으니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세종대왕은 세계 역사에서 어떤 나라, 어떤 지도자보다도 가장 훌륭한 인물로서 종로구민은 말할 것 없고 온 겨레가 떳떳하게 자랑할 우리 선조이다. 종로구와 그 지역구민은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에 살고 있는 것이 대단하게 큰 자랑거리요, 세종대왕과 한글을 잘 내세우면 영어 도서관보다 몇 십 배 지역 발전에도 더 좋다.지난날 이 분의 정신과 업적을 받들고 더 빛내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부끄럽게 생각하자.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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