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프가니스탄 군ㆍ경 치안역량 강화와 경제ㆍ사회 개발을 위해 올해부터 5년간 5억 달러(5,434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 동안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지원해온 1억8,000만 달러를 합하면 대 아프간 무상원조는 6억8,000만 달러에 이르게 된다. 2003년부터 이라크 재건을 위해 지원해온 4억6,000만 달러보다 2억 달러 이상 많고, 우리나라의 대외원조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는 그간 KOICA를 통한 무상원조 외에도 지난해부터 지방재건팀(PRT) 및 보호병력을 파견해 아프간 재건을 도왔다. 그러나 미국(371억 달러) 일본(31억 5000만 달러) 캐나다(12억 5,000만 달러) 등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지원 규모가 너무 적다는 비판을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다. 정부가 아프간 원조 규모를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이런 비판을 의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아프간 재건 노력에 적극 동참한다는 취지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해 첨예한 논란 속에 아프간 PRT 기지에 민간 재건인력과 군병력 및 경찰 등 400여명을 파견하고도 또다시 적지 않은 규모의 현금 지원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 석연치 않다. 공교롭게도 추가 지원규모는 지난해 11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주한미대사관의 외교전문 내용과 일치한다. 거기에는 미국이 한국에 아프간 육군을 위해 5년 동안 매년 1억 달러씩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돼 있다. 우리 외교부는 당시 "아프간 재정지원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했지만 결국 그 내용대로 된 셈이다.
한미 동맹관계 때문에 미국이 요청하면 거부하기 힘든 게 우리 현실이다. 높아진 국제적 위상에 걸맞게 대외원조의 규모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독자적 판단과는 상관 없이 미국의 요청에 마지못해 따라 내린 결정이라면 문제가 있다. 재정형편상 공적 개발원조(ODA) 규모를 늘리지 못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를 면치 못하면서 그나마 확보한 ODA자금을 아프간에 대부분 쏟아 붓는 게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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