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 투구는 아니었지만 괜찮은 데뷔전이었다.
일본으로 건너간 ‘코리안 특급’ 박찬호(38ㆍ오릭스)가 일본프로야구 2011시즌 데뷔전서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다. 박찬호는 15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고시엔구장에서 벌어진 라쿠텐과의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 6과3분의2이닝 6피안타(1피홈런) 2 4사구 3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팀 타선이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인 라쿠텐 오른손 선발 다나카 마사히로(9이닝 2실점)에게 묶이면서 박찬호는 첫승을 다음 등판으로 미뤘다. 오릭스는 2-3으로 졌다.
박찬호의 선발 등판은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시절이던 2009년 5월18일 워싱턴전 이후 1년11개월 만이다. 아내 박리혜(36)씨가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가운데 마운드에 선 박찬호는 0-0이던 1회말 선두 타자인 마쓰이 가즈오에게 솔로 홈런을 맞았다.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지만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124승의 관록으로 버텼다. 직구 최고 구속이 143㎞에 그쳤으나 노련미로 착실하게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4회초 동점을 만든 오릭스 타선은 6회 1득점으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독이 됐다. 박찬호는 선두 타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면서 흔들렸다. 이어 4번 타자 야마사키 다케시가 우중간 펜스 상단을 맞히는 1타점 3루타를 쳤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2-2 동점. 후속 타자를 투수 앞 땅볼로 처리, 한숨을 돌린 박찬호는 그러나 6번 이와무라 아키노리에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내줘 재역전을 허용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선두 타자를 3구 삼진, 다음 타자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한 뒤 마쓰이에게 중전 안타를 맞고는 마운드를 내려갔다. 투구 수는 83개(스트라이크 54개). 많지 않은 수치였지만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첫 선발 등판인 박찬호를 무리시키지 않았다.
패전의 멍에를 떠안은 박찬호는 고질인 보크도 저질렀다. 4회 1사 2루 랜디 루이스 타석 때 볼 카운트 2-1에서 헛스윙을 유도했으나 보크 판정을 받아 주자를 3루까지 진루시켰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총 6개의 보크로 걱정을 낳았던 박찬호였다.
경기 후 박찬호는 “상대 타자들이 적극적으로 승부를 걸어와 적은 투구 수로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었다. 선발투수로서 6회 이상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크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배운 부분도 있다”면서 “6회 선두 타자 볼넷이 아쉬웠다. 볼넷을 피하려고 너무 의식했던 것 같다. 3루타를 맞은 공은 실투였다. 보크는 변화구를 던지려다가 습관이 나왔는데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박찬호의 팀 동료인 6번 1루수 이승엽(35)은 3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타율이 1할4푼3리까지 내려갔고, 지바 롯데 4번 타자 김태균(29)도 니혼햄전서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다. 김태균의 타율은 6푼7리가 됐고 롯데는 1-4로 졌다.
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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