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이 5년 전부터 추진해 온 새 바둑회관 건립 사업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 지연되면서 땅값과 건축비 등 소요 예산민 눈덩이처럼 불었다. 당초 계획했던 규모의 절반 정도로 대폭적인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위치한 새 바둑회관 부지 1,500여 평이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보금자리주택사업지구로 수용이 확정돼 66억원의 보상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6년 당시 매입 가격이 45억원이었으므로 단순 계산으로는 20억원 가량 차익이 발생했지만 그동안 지출한 각종 제세공과금과 금융 비용 및 부동산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5년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에 따라 2006년 2월 부지 매입 계약을 체결한 후 불과 4개월 만에 국책 사업 계획이 발표돼 5년 동안 아무런 권리 행사도 하지 못한 채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새 바둑회관 건립 사업이 다시 2년쯤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원은 내년말께 내곡지구의 대지 조성 작업이 완료되면 사업 시행자인 SH공사로부터 회관 부지를 다시 불하 받아 2013년부터 건축을 시작, 2014년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계획은 2006년 2월에 부지를 매입해 2007년 3월까지 설계를 마치고 시공사를 선정, 4월부터 공사를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2008년 4월까지, 지상 3층 지하 3층 규모로 연면적 1,300평의 바둑회관을 완공하겠다던 원래 계획과 비교하면 무려 6~7년가량 늦어지는 셈이다.
또한 사업이 지연되면서 소요 예산도 당초 예상보다 엄청나게 늘어났다. 원래 계획에서는 땅값과 건축비를 포함한 회관 건립 비용이 130억원 정도로 종로회관 매각 대금 64억원에 홍익동회관 매각 대금(70억원 예상)을 합치면 충분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현재 알려진 바로는 새로 조성되는 대지의 분양가가 보상가의 3배나 돼 원래대로 1,500평을 매입할 경우 땅값으로만 무려 190억원이나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에 건축비(70억원)까지 더하면 현재 한국기원 재정 상태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러다 자칫하면 삽질 한 번 제대로 못하고 돌아가신 조남철 선생을 비롯한 선배 바둑인들의 피땀이 어린 종로회관만 헛되이 날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바둑계 일각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에 따라 바둑회관 부지 규모를 당초 계획의 절반 정도로 축소하거나 아니면 아예 내곡지구내 건립을 포기하고 좀더 땅값이 싼 다른 장소를 물색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지난 달 열린 한국기원 이사회서도 이 같은 내용의 바둑회관 건립 추진 현황이 보고됐으나 별다른 토의 없이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새 바둑회관 건립은 허동수 한국기원 이사장 취임 이후 의욕적으로 추진된 주요 역점 사업이다.
비단 프로 기사 뿐 아니라 바둑계 전체의 숙원인 새 바둑회관 건립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이번 토지 수용을 계기로 사업 추진 현황을 소상히 공개하는 절차가 우선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영철 객원 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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