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사설] 예상대로 별 것 없는 한상률 수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사설] 예상대로 별 것 없는 한상률 수사

입력
2011.04.15 12:02
0 0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됐다. 설명은 구구하지만 적용된 혐의는 단순하고 사소하다. 국세청 차장으로 재직할 때 인사 청탁을 위해 전군표 당시 청장에게 1,000만원 남짓한 그림을 상납하고, 미국 체류 때 주정업체들로부터 7,000만원 정도를 자문료 명목으로 받은 게 전부다. 그의 도피성 출국 이후 뒤늦게 검찰이 수사 모양새를 취한 지 2년여, 또 올 2월 돌연한 귀국 이후 수사가 본격화한 지 무려 50일 만의 결과로 받아들이기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이 사건은 당초 전ㆍ현 정권에 두루 걸친 관력형 비리 의혹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 수사로 도리어 '사소한' 개인비리 사건으로 축소됐다. 실제로 소환조사를 받은 참고인들이나 계좌추적 대상을 봐도 '학동마을'그림 로비와 자문료 부분에 대해서만 집중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검찰의 설명을 들어봐도 정작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한 표적세무조사, 현 정권 실세를 대상으로 한 청장 연임로비, 도곡당 땅 실소유주 논란 등 핵심의혹들에 대해선 의지를 갖고 규명하려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여당 실세의원에 대한 조사에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이 한 전 청장의 연임로비를 위해 국회로 찾아간 기록을 확인하고도 해당 의원의 "만난 기억이 없다"는 한마디에 수사를 접었다. 안 전 국장의 매우 구체적인 주장들도 진술의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대개 배척됐다. 골프로비 등 다른 혐의들도 근거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일찌감치 제쳐놓았다. 물론 검찰이 든 이런저런 수사기술적인 이유들을 전혀 부당하다고 치부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언제나 일관성과 균형이다. 박연차사건 등 검찰이 맘 먹고 달려든 수사에서는 무리할 정도의 집요함을 보였다.

우리는 이 사건에 대해 적어도 주요 핵심 의혹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함을 거듭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 수사권을 여전히 인식하지 못하는 검찰에게 더 이상의 기대를 거는 것은 부질없어 보인다. 이런 수사는 아예 안 하느니만 못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