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대기업의 김도운(41) 차장은 최근 세컨드 카로 일본 수입차 구매를 고려 중이다. 세컨드 카는 한 집에 두 대의 차가 있을 때, 주로 주부나 대학생 자녀가 운전하는 차. 부인도 미국 유학파 출신인 김 차장은 자신이 몰던 기존 준대형차를 부인에게 주고 일본업체의 준중형을 새로 구입해 출퇴근용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두 사람은 미국 유학시절 각각 도요타 코롤라, 혼다 시빅을 운전해 본 경험이 있다. 김씨는 "유학 당시 잔고장이 없고 되팔 때 높은 가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며"추가로 차를 구입하는 것을 꺼려했던 아내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말했다.
엔고 사태와 리콜, 지진 등 잇단 악재에 휩싸인 일본 수입차 업체들이 신차로 정면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가 출시한, 또는 출시 예정인 차들은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누려 온 차이거나, 가격 부담이 덜한 중소형 차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내외의 악조건 속에도 일본 업체들이 신차 카드를 내미는 것은 절박함의 발로라고 봐야 한다. 수입차의 활황에도 불구하고 일본 업체들만 '나홀로' 판매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시장에 등록된 수입차는 2만5,719대로 국내 시장의 6.66%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9,917대)와 비교하면 29.1%나 급증했다. 특히 독일 업체의 신장은 놀랍다.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업체들은 지난 3월까지 1만6,074대를 판매, 전년보다 40.6%가 늘었다. 절대량에서는 아직 많지 않지만 영국과 프랑스업체도 각각 72.9%, 86.6% 판매가 급증했다.
하지만 일본 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1분기 4,988대 파는데 그쳐 전년동기보다 오히려 3.4% 줄었다. 도요타는 1분기 11.3% 판매가 줄었고, 혼다(-17.1%), 닛산(-46.3%)도 감소했다. 특히 미쓰비시는 석 달 동안 고작 34대 판매에 그쳐 퇴출 위기에 놓였다. 일본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리콜과 엔고에다 대지진까지 겹쳐, 어떻게 이런 악재들이 연이어 터질 수 있는 지 모르겠다"며 "위기 탈출 방법을 찾기 위해 각종 묘안을 찾고 있지만 신차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도요타는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코롤라를 내놨다. 코롤라는 1966년 1세대를 시작으로 현 10세대까지 전 세계 누적 판매 3,700만대를 기록한 차. 자동차 역사상 가장 많이 판매된 세단이라는 명성을 갖고 있다. 배기량 1,798cc, 최대출력 132마력, 최대토크 17.7kg.m. 연비는 리터당 13.5 ㎞
코롤라는 실용적인 차다. 실내 및 트렁크 공간도 중형차 못지 않다. 특히 트렁크는 골프백 4개가 들어간다. 또 첨단 제동 시스템과 6개 에어백 등이 적용됐다. 주행 시에는 고급차 못지 않은 정숙성을 자랑한다. 한국 도요타의 나카바야시 히사오 사장은 "코롤라 강점은 스타일과 연비, 품질, 승차감 등 모든 것이 균형 있게 조화를 이루는 토탈 밸런스"라고 강조했다. 가격은 2,590만~2,990만원.
혼다에는 시빅이 있다. 시빅은 1970년대 일본차의 미국 상륙을 상징하는 차. 1972년 출시 후 40년간 전세계에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160개국 누계 판매대수가 1,800만대를 넘었다. 이번에 출시되는 시빅은 9세대 모델. 9세대 시빅은 세단, 쿠페, 천연가스 모델 등 다양한 모습으로 제작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 모델에는 1.8리터 i-VTEC 4기통 엔진과 5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다.
도요타 코롤라와 라이벌 관계인 것을 의식, 혼다 측은 연비 향상에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연비 향상에 도움을 주는 에코 시스템을 장착, ℓ당 16.5km~17.4km로 예상된다. 오는 22일 뉴욕모터쇼에서 상세 재원 등이 공개되고 국내에는 6월께 출시될 예정이다. 혼다 관계자는 "가격과 세부 사양 조정을 위해 본사와 최종 협의 중"이라며 "특히 좋은 가격으로 올해를 시빅의 해로 만들겠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두 일본 차는 국내 완성차 준중형 및 중형차와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과 성능에 비추어 수입차 중에는 폴크스바겐의 인기 모델인 골프를 겨냥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시빅과 코롤라는 세계적으로 성능과 대중성이 검증된 차"라며 "국내에서 성공 여부는 결국 가격과 마케팅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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