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안정화작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일본 정부가 대피를 거부하고 있는 주민 설득에 애를 먹고 있다. 또 일본에서 예정된 국제회의가 잇따라 취소되면서 관광청과 업계의 한숨은 더욱 짙어졌다.
15일 일본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제1원전 반경 20㎞ 이내 지역을 대피지역으로 설정했는데도 원전으로부터 10㎞ 거리에 있는 10시정촌에 주민 90명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지역의 구호를 담당하는 육상 자위대 제12여단과 지자체 관계자들이 “장기간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면 위험하다”, “대피소에는 물과 음식이 충분하다”고 설득하고, “손자와 자녀들이 걱정하고 있으니 이동하라”고 호소해도 요지부동이다. “가축을 두고 떠날 수 없다”, “노부모를 보살펴야 한다” 등의 이유로 대피를 하지 않고 있는 것. 이로 인해 후쿠시마현은 아예 출입을 제한하는 ‘경계구역’설정을 검토하고 있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불안으로 일본에서 열린 예정이던 국제회의도 잇따라 취소됐다. 방사능 오염과는 거리가 먼 효고(兵庫)현 고베(神戶)시는 물론 더욱 서쪽인 후쿠오카(福岡)시까지 여파가 미치고 있다.
요코하마(橫濱)시 컨벤션센터에서 올 가을 2,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던 세계통증학회 컨퍼런스는 주최측이 “이탈리아로 개최지를 변경하고 싶다”는 이유로 취소됐다. 같은 장소에서 9월 예정돼 있던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도 개최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고베시에서도 올 가을 개최될 예정이던 초음파심장치료학회 등 국제회의 2개가 취소됐고, 후쿠오카시에서 다음달 열리기로 했던 국제회의는 지난달 말 취소됐다. 일본관광청 관계자는 “중단된 국제회의는 30건에 달하며, 앞으로도 취소 사례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주최 측에 안전하다고 호소하는 편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후쿠시마 원전 2호기에서는 세슘과 요오드 투성이의 오염수 처리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데다 오염수를 제거하기 위한 가설탱크 설치도 다음달 말에나 완료될 것으로 보여, 방사성 물질 유출은 계속될 전망이다.
3호기에서도 압력용기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 냉각수가 충분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도쿄전력 측은 계측용기 고장으로 인한 일시적 상승으로 보고 있으나, 방위성이 헬기로 상공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3호기 격납용기 상부 온도가 사흘 사이에 47℃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냉각수 살포도 검토하고 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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