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4를 이용하는 회사원 남 모(28ㆍ여)씨는 최근 새로운 운용체제(OS)인iOS 4.3.1로 갱신했다가 휴대폰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스마트폰이 아예 켜지지 않아 예전 OS로 복구하려고 컴퓨터(PC)에 연결하니 '아이폰이 검색되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떴다. 이른바 아이폰이 죽어버린 것이다.
사진, 전화번호부 등 중요한 자료가 저장돼 있어 급히 고객센터(AS)를 찾았으나 아이폰의 저장장치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가 손상돼 복구할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할 수 없이 데이터 복구 전문업체를 찾았으나 비용이 20만 원이 들며 그마저도 복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에 눈물을 머금고 돌아섰다. 남 씨는 "AS센터에서도 원인이나 해결방법을 모르고 OS의 결함이라고만 얘기했다"며 "해외에서 촬영한 사진 수백 장이 들어 있었는데 모두 잃게 돼 속상하다"고 하소연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이폰4 이용자들 가운데 iOS 4.3.1로 갱신했다가 아이폰이 켜지지 않거나 저장된 사진, 전화번호부 등 자료를 모두 잃어버려 AS센터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iOS 4.3.1은 애플이 최근 발표한 새로운 OS로, PC를 통해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뒤 아이폰 시리즈나 아이패드를 연결하면 자동으로 갱신된다. 모 이동통신업체 관계자는 "정확히 비교 숫자를 말하기 힘들지만 아이폰4 이용자 가운데 iOS 4.3.1 갱신 작업 중 아이폰 작동이 중단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료 복구업체인 데이터닥터 관계자도 "iOS 4.3.1이 아이폰 기능을 중지시키는 경우가 잦다"며 "자료 복구를 문의하는 이용자가 평소의 2,3배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아이폰3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아이폰4에서만 발생해 iOS 4.3.1이 아이폰4와 궁합이 맞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관계자는 "iOS 4.3.1이 아이폰4에 설치되는 과정에서 시스템 작동 영역과 자료 부분을 건드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iOS 4.3.1의 결함으로 의심된다"고 추정했다.
iOS와 아이폰은 백업 기능이 있어 문제가 발생하면 PC에 연결해 백업 기능을 작동하면 문제 발생 이전으로 아이폰 상태를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아이폰이 먹통이 돼버려 아예 백업 기능을 작동할 수 없어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아이폰을 해킹해서 사용하는 일부 이용자의 문제로 보고 있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iOS 4.3.1 갱신과 관련해 어떠한 문제도 보고받은 것이 없다"며 "미국 애플 본사에서도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짜 앱을 이용하기 위해 iOS를 임의로 개조하는 '탈옥'을 할 경우 정상적인 iOS 갱신 앱이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아이폰4 이용자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어서 탈옥을 의심한다"고 덧붙였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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