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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전쟁…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의 거대한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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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전쟁…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의 거대한 사업!

입력
2011.04.1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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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히로세 다카시 지음/프로메테우스 발행ㆍ340쪽ㆍ1만8,000원

일본에서 평화운동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반핵평화운동가인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으로 시작한다. 가자지구 난민캠프의 참상을 둘러보고 예루살렘에서 맞은 어느 날 저녁 분노를 담아 바라보던 한 이스라엘 여인의 손목에 선명하게 찍힌 나치 강제수용소 수인번호를 발견한다. 이날 이후 '도대체 인간은 왜 전쟁을 하는가'라는 풀기 어려운 수수께기를 마음에 담아 뒀던 그는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한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의 <전쟁론> 첫 장을 읽고 무릎을 친다.

프로이센의 천재 군인 클라우제비츠가 쓴 <전쟁론> 은 "전쟁을 미화하지 않음으로써 전쟁의 냉정함을 날카롭게 파헤친" 역작으로 오늘날에도 전쟁 교본으로 읽힌다. 그러나 전쟁의 모든 것을 담은 이 책도 저자의 마음 속 의문을 속 시원히 풀어 주지는 않는다.

저자는 <왜 인간은 전쟁을 하는가> 에서 <전쟁론> 이 설파한 전쟁의 실상에 인류의 전쟁사를 일일이 대입해 가며 그 깊은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 간다.

저자는 그 첫 작업으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8월 15일 이후 91년까지 47년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전투를 1년 단위로 낱낱이 기록해 47장의 '전기(戰記) 지도'를 완성한다. 대규모 전쟁과 국지적 분쟁은 물론 내전 쿠데타 테러 등 지구상에서 일어난 모든 폭력 행위(한국의 민주화 투쟁도 상세히 기록돼 있다)를 담은 이 지도들은 '전후(戰後)의 전쟁사'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처럼 세계가 47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전쟁을 해 왔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저자는 이 '전후의 전쟁사'와 클라우제비츠의 역설을 촘촘히 교직하며, A(Atomicㆍ핵무기) B(Bioㆍ생화학무기) C(Chemicalㆍ화학무기) D(Dynamiteㆍ재래식 화약무기) E(Edgeㆍ날붙이무기)로 통칭한 각종 무기의 폐해와 각국 군사첩보기관의 활동, 프로파간다 등을 통해 전쟁론이 바이러스처럼 퍼져 가는 과정을 한 편의 대하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 놓는다.

저자가 암호문 해독에 비유한 이 지난한 작업 끝에 이른 결론은 이렇다. "종종 전쟁은 피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인 것처럼 말해져 왔으나, 아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그는 세상에는 두 부류의 인간, 즉 전쟁을 부추겨 피의 역사를 만드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과 톨스토이의 소설 주인공 바보 이반 같은 인간이 있다고 설파한다. 다시 말해 분쟁의 역사는 클라우제비츠형 인간들에 의한 분쟁 선동사자, 이들이 돈과 권력을 좇아 벌인 거대한 사업에 다름 아니다.

저자의 암호문 풀이에 동의한다 해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힘없는 바보 이반들이 과연 악랄한 클라우제비츠들의 질주를 막을 수 있을까. 평생 반핵평화운동에 몸 바친 저자의 열정과 노력에는 고개가 절로 숙여지지만 고개 들어 본 세상의 섬뜩함 앞에서 다시 고개를 떨구게 된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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