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책의 우주' 전자책으로 읽는 '전쟁과 평화' 옳다고 생각하니?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책의 우주' 전자책으로 읽는 '전쟁과 평화' 옳다고 생각하니?

입력
2011.04.15 05:34
0 0

책의 우주/움베르토 에코 지음·임호경 옮김/열린책들 발행·384쪽·1만4,000원

"사람들은, 최소한 기자들은 책이 언젠가 사라지리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죠. 혹은 기자들은 자신들의 독자들에게 이런 고정관념이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래서 마치 내가 이 주제에 관해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듯이 줄기차게 똑같은 질문을 해 대는 겁니다."

책의 미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꺼번에 답하려는 생각일까.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지성 움베르토 에코와 장클로드 카리에르가 책에 대해 나눈 대화를 담은 책이 나왔다. 책이라는 작은 주제에서 시작한 대화는 <책의 우주> 란 제목처럼 책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철학으로 확장된다.

에코는 역설적이게도 책의 효율성을 근거로 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을 뒤집는다. 책은 같은 용도의 물건으로서 책보다 나은 것을 만들어 내기 힘들다는 점을 이미 증명했다는 것이다. "책은 수저나 망치나 바퀴, 또는 가위 같은 것입니다. 일단 한번 발명되고 나면 더 나은 것을 발명할 수 없는 그런 물건들 말이에요. 수저보다 더 나은 수저는 발명할 수 없습니다."

물론 효율성만으로 측정할 수 없는 가치 역시 미래에도 책이 지금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게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어떤 관리가 계류 중인 소송에 관련된 서류 2만5,000개를 자기 집에 가져가야 할 일이 있다고 합시다. 이것이 전자책에 저장돼 있다면 가져가기가 훨씬 쉬울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겠죠. 많은 영역에 전자책은 엄청난 편리함을 가져다 줄 거에요. 하지만 나는 여전히, 독서의 모든 요구 조건에 가장 잘 맞는 기술을 갖춘 전자책이라 할지라도, 그것으로 <전쟁과 평화> 를 읽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의문은 들어요."

기술 발달로 종이를 대체할 만한 반영구적 저장 매체가 발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에코는 이에 대해 모든 걸 보관하는 기능만이 기억의 전부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나는 1984년인가, 1985년인가에 디스켓에다 저장해 놓았던 게 분명한 내 작품 <푸코의 진자> 의 첫 번째 버전을 절망적으로 찾다가 결국 실패한 일이 있었어요. 타자기로 쳐 놨다면 그것은 아직 남아 있을 텐데 말이죠."

김청환 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