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탄생/대커 켈트너 지음·하윤숙 옮김/옥당 발행·440쪽·1만7,000원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왜 도와주고 싶어질까, 그를 도와주면 왜 행복해질까. 인간은 본래 착하게 태어났다는 성선설에 과학적 증거를 제시하는 책이 출간됐다.
<선의 탄생> 은 미국 버클리대의 심리학과 교수인 대커 켈트너가 지난 10여년 동안 인간 본성과 감정 진화를 연구해 밝혀낸 착한 마음의 비밀에 대한 책이다. 선의>
켈트너 교수는 인간의 뇌에 있는 12개의 뇌신경 중 10번째 해당하는 미주신경이 남을 보살피려는 마음이나 도덕 본능을 작동시킨다고 주장한다. 켈트너 교수는 실험을 통해 미주신경의 활성화가 나라는 좁은 울타리를 넘어 다른 사람과 동류의식을 갖게 만들며 자기 이익과는 무관한 이타적 행동에 나서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연민(동정심)과 자긍심을 자극하는 사진을 보여 주고 미주신경이 어떤 변화를 겪는지를 측정했다. 실험 결과, 연민을 자극하는 사진을 본 학생들의 미주신경은 다른 학생보다 많이 활성화했다.
저자는 인간이 착하게 설계됐다는 전제 아래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공자의 인 사상에서 찾아낸다. 인은 공자가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친절, 인류애, 존경심을 한데 묶어 설명한 복합적 개념으로 공자는 "사람 안에 들어 있는 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악은 최저 수준으로 낮출 때 인이 실현된다"고 설파했다.
켈트너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선한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즐거운 마음, 감사의 마음, 연민 등의 긍정적 감정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 안에 들어 있는 선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웃음은 주변 사람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친절한 행동은 다른 사람의 가슴속에 벅차오르는 감정을 전달한다. 이처럼 우리 안의 긍정적 감정은 강한 전염성을 지녀 널리 전파되고, 신경계 속에 저장돼 마침내 공동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문화적 관행으로 자리잡아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이것이 바로 착한 마음이 작동하는 원리다.
우리는 착하게 태어났다. 누구에게나 착한 본능, 연민 본능, 공감 본능이 있다. 이 본능을 잘 발휘하게 하는 것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이것이 이 책의 메시지다. 평범해 보이는 이 메시지를 심기 위한 저자의 여정을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긍정적 감정에 관한 깊은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행복한 개인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실천을 하고 있다. 늘 행복을 꿈꾸지만 감정은 여전히 진흙탕인 우리에게 희망을 주는 착한 책이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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