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 장애는 소프트웨어 오류 때문"(12일)→"고의적인 사이버 테러"(18일)
"100% 복구 시점은 13일 영업시간까지"(12일)→"22일까지"(18일)
사상 최악의 전산사고로 농협에서 '다운'된 건 서버만이 아니다. 그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한, 금융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는 '신뢰'도 다운되고 말았다. 사고도 치명적이었지만, 사고 이후 보여준 농협 측의 어설픈 대응이 이런 신뢰 추락을 더욱 부채질했다.
농협 스스로 인정했듯이, 이번 일은 '해킹 수준을 넘어선' 심각한 사고다. 보안 전문가들조차 복구 상태와 시점을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농협은 사고 첫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조금만 기다려달라. OO일까지는 100% 복구 가능하다"는 식으로 데드라인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약속은 곧 실언으로 판명 났고, 때문에 고객들로부터 '양치기 농협'이란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이에 대한 농협의 설명은 더 희극적이다. 18일 기자회견에서 "왜 하루 만에 복구가 될 것처럼 거짓말을 했나"는 질문에 농협 관계자는 "장애를 복구하고자 하는 의지목표라는 게 있다"라고 답했다. 고객이 가장 궁금한 건 금융거래 재개시점이었는데, 농협은 대답 대신 희망사항을 얘기했다는 뜻이다. 세상에 이런 동문서답이 또 있을는지.
더 심각한 문제는 정상화됐다는 서비스마저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도 농협 피해 인터넷 사이트(http://cafe.naver.com/ims300.cafe)에는 "자동화기기(ATM)가 정상화됐다면서 왜 입금이 안되나" "체크카드가 아직도 안돼 밥을 굶고 있다" 등의 원성으로 도배돼 있다.
농협이 복구해야 할 건 전산망만은 아니다. 결국엔 신뢰복구가 더 중요한데, 이런 식으론 도저히 안 된다는 사실을 농협만 모르고 있는 듯 싶다.
경제부 강아름 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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