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신공항 비판 직후 특사 제의 수용… 속내는]"각 세울 때 아니다… 유화 메시지 전달" 분석"MB와 우호관계 보여 보수층 결집 노려" 시각도朴측 "방문 3개국 모두 박정희 때 수교 맺은 곳"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최근 관계는 '친근'과 '냉랭'의 중간 쯤이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문제를 놓고 박 전 대표가 이 대통령을 비판한 뒤 두 사람 사이엔 미묘한 긴장이 흐르고 있다. 또 4ㆍ27 재보선 결과는 현정권의 임기 말 권력 누수 여부와 직결돼 있지만, 박 전 대표는 '재보선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거리를 두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은 14일 '박 전 대표가 대통령 특사로 28일부터 유럽 3개국을 방문한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의미심장하게 보고 있다. 박 전 대표는 2008년 1월 이명박 대통령당선자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했고, 2009년 8월에는 이 대통령 특사로 헝가리 등 유럽 3개국을 순방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 특사를 맡은 데 대해 특별한 의미가 부여되는 이유는 시점이 미묘하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 임기 후반기에도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가 그리 나쁘지 않은 관계임을 보여주려는 것"이란 해석이 있다. 또 신공항 문제로 갈등을 보인 직후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신공항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측의 우호적 관계는 불변'이라는 점을 내보이려 했다는 시각이 있다. 청와대는 지난달 20일께 박 전 대표에게 특사를 제의했고, 박 전 대표가 청와대에 수용 의사를 전달한 것은 이달 초였다. 박 전 대표가 지난달 31일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방침을 비판한 뒤 며칠 만에 특사 제의를 수용한 것은 '유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이 대통령은 포용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고, 박 전 대표도 지금은 현정권과 각을 세울 때는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특사직이 전략적 제휴의 상징인 셈"이라고 말했다.
특사 문제를 이번 재보선과 연결하는 해석도 있다. 여권이 박 전 대표의 '간접적인 선거 지원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한 여권 인사는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사이가 틀어진 게 아니더라'는 말들이 오르내리는 것만으로 보수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박 전 대표가 특사로 출국하기 전 두 사람이 만난다면 '박근혜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박 전 대표의 특사 방문 이후라도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될 경우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의 만남'이라는 점만으로 정치적 파장이 클 것이다.
이에 대해 친박계 핵심 의원은 "국내 정치와 국익을 위한 외교 활동은 별개라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원칙일 뿐 다른 정치적 뜻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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