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주거정비사업 패러다임이 전면 철거 후 아파트 건설에서 생활권 단위로 개발과 보전을 함께 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획일적 아파트 건설에서 탈피해 양호한 저층주거지는 보전하고 역세권은 고층 개발해 소형주택을 집중 공급한다. 부동산 투기의 원인인 재개발ㆍ재건축 정비예정구역제도는 폐지한다. 단 현재 개발 중인 뉴타운은 속도조절을 하는 방식으로 계속 추진한다. 시는 1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주거정비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획일적 아파트서 개발ㆍ보전 양립으로
그 동안 시의 주거정비사업은 기존 주택을 전면철거를 하고 새 아파트를 짓는 방식 일변도였다. 이를 통해 '달동네'로 불리는 열악한 주거지들이 정비됐지만 저소득층이 살 곳이 줄고, 지역 고유성과 공통체가 사라지는 부작용도 있었다.
시는 사업자 중심으로 이뤄지던 개발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위주로 개발과 보전 양립을 추구하기로 했다. 개발이 필요하고 사업성이 있는 곳은 아파트 개발을 추진하되, 양호한 저층주거지는 지속가능한 형태로 보전해 주거유형을 다양화한다는 것. 시는 지하철역 주변 등 교통이 편리한 지역은 고밀도 개발을 추진해 수요가 급증하는 1,2인용 서민주택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대규모 일변도 개발에서 탈피 5,000㎡ 이하 소규모 정비사업도 추진키로 했다.
시는 이를 위해 도심ㆍ서남ㆍ서북ㆍ동남ㆍ동북 5대 권역별로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권역별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역 특성에 맞게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시는 정비사업 위주의 도시ㆍ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주거지종합관리계획으로 대체하기로 하고 관련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발이 현재처럼 계속될 경우 서울시 주택의 79%가 아파트로 가득 차는 기형적인 성냥갑 도시가 될 수밖에 없다"며 "서민 주거안정과 도시매력 창출을 위해 패러다임을 바꾸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비예정구역 제도 폐지
시는 재건축ㆍ재개발 제도도 손질한다. 시는 우선 부동산 시장 과열의 원인이 돼왔던 정비예정구역 제도를 폐지한다. 정비예정구역 지정은 사업시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긍정적 기능도 있지만, 기존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주민들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등 부정적인 면이 있었다.
시는 정비예정구역 신규지정은 올해로 종결하고, 장기적으로 제도 자체를 폐지한다. 이미 지정된 곳도 주민이 원할 경우 지정을 해제한다. 시는 281곳에 달하는 시내 정비예정구역 중 지정해제를 원하는 지역의 신청을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진희선 시 주거정비과장은 "구속력이 있는 획일적 방식인 정비예정구역 제도를 폐지하고 앞으로는 건물 노후도, 주민 의사, 새로 수립되는 권역 별 가이드라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타운은 속도조절
시는 현재 진행 중인 뉴타운 사업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많은 구역을 동시에 개발할 경우 주택 수급불균형을 초래해 전ㆍ월세 시장에 충격을 주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해 나갈 방침이다. 현재 시내 26개 뉴타운 지구에 지구당 10~20개씩 총 274개 구역이 있으며, 이 중 개발이 진행 중인 촉진구역 은 199개다.
또 실제로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건축행위만 제한된 뉴타운 지구 내 존치구역의 건축제한 해제를 추진한다. 시는 지난주 존치구역 중 장기간 건축이 제한된 지역의 주민의견을 수렴해 제한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시는 해제 구역은 주택 단지과 아파트의 장점을 결합한 휴먼타운 조성 우선 대상지로 검토할 방침이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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