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여대생들에게 성희롱 발언을 한 무소속 강용석(서울 마포 을) 의원에 대해 '제명 의견'을 냈다. 제명은 4단계 의원 징계조치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다. 외부인사로 구성된 자문위는 강 의원의 과오가 그만큼 무겁다고 보았다. 제헌국회 이래 국회의원이 제명된 것은 1979년 김영삼 당시 신민당 총재가 여권에 의해 강제 제명된 사례가 유일하다.
윤리심사자문위가 의원직 박탈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 의견을 낸 데는 강 의원이 시종 혐의를 부인하고 변명으로 일관하며 사과도 하지 않은 뻔뻔한 태도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강 의원은 성희롱 발언 사실을 보도한 기자와 언론사를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다가 되레 무고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여성단체들은 "국회의원의 성희롱, 성추행 사건이 공식적인 사과나 징계 없이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식의 안일한 사고에 경종을 울린 선례가 될 것"이라고 자문위의 결정을 반겼다.
그러나 국회가 자문위 의견을 그대로 수용, 강 의원을 제명할지는 불투명하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가 소위와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안을 의결하고, 다시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윤리특위가 자문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국회법 규정에 따라 제명을 의결하더라도,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표를 던질지 의문이다. 여야가 갈려 죽기살기로 싸우다가도, 정작 폭력과 비리 등에 연루된 동료의원의 징계 문제에는 한통속으로 감싸는데 이골이 난 우리 국회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간을 끌면서 유야무야하거나 솜방망이 징계로 끝낸다면 국민적 분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와 국회의원들의 도덕성과 자정(自淨)기능 상실에 국민의 인내가 한계에 이른 상황이다. 자문위가 국회 폭력사태와 관련해'30일 출석정지' 의견을 낸 한나라당 김성회, 민주당 강기정 의원도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보고자 한다. 강 의원 등의 징계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 국회의 자정 의지를 증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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