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다단계 피해를 막기 위한 법이다."(공정거래위원회)
"화장품 아줌마와 상조업계 종사자 등의 생계를 위협하는 악법이다."(방문판매 업계)
4월 국회 통과가 유력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방문판매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공정위는 소비자 피해방지를 위한 민생법안이라는 걸 강조하는 반면, 개정안이 통과되면 강력한 규제를 받게 될 방문판매 업계에서는 '생존권적 차원에서의 결사 저지'를 외치고 있다.
14일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뒤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이 법의 쟁점 사항은 방문판매와 다단계판매의 중간 형태인 '후원방문판매' 개념의 도입이다. 지금까지 바로 아래 하위 판매원의 실적에 따라서만 후원수당을 받으면 판매원의 위계가 3, 4단계 이상 늘어도 방문판매로 인정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시행되면 판매원의 위계가 3단계를 넘어갈 경우 '후원방문판매'로 분류돼 다단계판매와 비슷한 수준의 규제를 받게 된다. 방문판매였던 판매점이 후원방문판매로 분류되면 그 동안 '신고'만 하면 영업할 수 있었지만 당국의 엄격한 '등록'절차를 거쳐야 하고 ▦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 의무화 ▦후원수당(매출의 38%) 및 취급상품 가격(160만원) 상한 등의 제한 ▦매출의 50% 이상을 최종소비자로부터 얻어야 하는 '옴니트리션' 규제까지 받게 된다.
공정위는 다단계판매가 제도의 허점을 노려 방문판매로 신고하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2단계 이하 판매원 실적과 연계된 후원수당만 받지 않으면 다단계가 아니다'라는 허점을 악용해 일부 업체들이 후원수당을 2단계 이상으로 늘리지 않는 방법으로 사실상 피라미드 형태의 '신 방문판매'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의 규율 공백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2006년 제이유(JU) 사태 같은 대규모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이 화장품 판매조직인 후원방문판매 예상 업체들은 당국의 조치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한다. 한국직접판매협회 관계자는 "영세 대리점의 경우 3개월 매출액의 최대 40% 또는 최소 1억원으로 예상되는 공제조합(소비자피해보상보험) 가입 부담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수당 상한이 생기면 종전까지 판매원에게 지급하던 각종 인센티브를 지급할 수 없게 돼 대부분 서민인 화장품 판매원의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공정위가 현장의 실태를 너무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업계 주장에 대해 공정위는 소비자피해보상보험의 경우 본사가 일부 부담하는 방식으로 가입 부담을 완화할 수 있으며,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은 대부분 100만원 이하이므로 취급품목 가격 상한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와 관련 업계의 상반된 입장과 관련, 김홍석 선문대 법대 교수는 "방문판매법 개정안은 범죄 예방과 단속 근거 마련 차원의 사전 규제로서 의미가 있지만, 실효성 측면에서 불법 다단계업체들의 근절엔 한계가 있다"며 "특별법 형태의 강력한 사후규제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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