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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신뢰 뿌리째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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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신뢰 뿌리째 흔들린다

입력
2011.04.1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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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야 금융기관하고 거래를 할 수나 있겠습니까"

42만명의 핵심 고객정보가 빠져나간 현대캐피탈 해킹사건에 이어, 3,000만명 고객들의 금융거래가 사흘간이나 중단된 농협 전산망 마비사고까지 터지면서,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금융의 토대는 신뢰이고, 이 신뢰는 ▦지급결제의 안전성 ▦철저한 개인비밀보호를 뼈대로 하는 것. 하지만 현대캐피탈 해킹사건으로 '내 비밀이 새나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이어 농협 전산망 마비사고로 '맡긴 돈을 제때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우리나라 금융은 심각한 신뢰의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농협에 따르면 12일 오후5시부터 완전 다운됐던 인터넷뱅킹과 폰뱅킹, 자동화기기 등은 이날 새벽부터 복구됐지만, 체크카드결제 등 일부 거래는 오후 늦게 까지도 계속 중단됐다. 또 복구 후에도 전산망 불안으로 입출금 및 송금거래가 자주 끊어져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사고발생 사흘이 지나도록 원인규명도, 완벽한 전산복구도 완료되지 않음에 따라 농협의 사고는 역사상 최악의 금융전산사고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이번 사태를 단순한 대형사고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한 고위당국자는 "현대캐피탈과 농협 케이스는 금융거래의 양대 축인 지급결제 안정성과 개인정보보호 원칙을 근본적으로 훼손한 심각한 사건"이라며 "금융시스템 보호 차원에서라도 금명간 전 금융권의 전산ㆍ보안실태에 대해 전면적 실태조사를 벌이고 엄정한 책임추궁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이와 관련, 곧 특별검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두 사고가 해당 금융기관의 신뢰추락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 금융전반의 신뢰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제때 지급결제를 못한다면 과연 누가 은행예금을 맡기고 신용카드를 쓰겠는가"라며 "신뢰를 전제로 한 금융시스템을 흔들 수도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사람들은 어떤 문제가 생겨도 은행만은 안전하다고 믿었는데 이번 사태로 그 믿음이 깨지게 됐다"면서 "근본적 신뢰회복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두 건의 사고는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의 안이한 보안인식과 IT마인드가 낳은 재앙이란 지적이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기관은 입출금과 대출은 물론 마케팅, 고객관리, 리스크관리 등 모든 일을 전산으로 처리하므로 사실상 IT산업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며 "JP모건이나 골드만삭스 등 선진 금융기관은 IT를 핵심경쟁력이라 생각하고 엄청난 투자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부분 국내 금융기관들이 IT 투자를 전보다 깎았다"면서 "IT투자를 비용으로만 보는 금융기관 경영자의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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