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국책사업 때마다 사업주체로 어김없이 등장하는 곳이 공기업. 4대강 사업 때는 수자원공사가 동원됐고, 보금자리주택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면에 나섰다.
이번엔 농어촌공사다. 정부가 13일 '4대강 살리기'프로젝트의 속편이자 완결편으로 내놓은 '지류살리기'사업에선, 농어촌공사가 등장했다. 농어촌공사는 이번 지류살리기 사업에서, 저수지 둑 높이기와 하천 주변에 문화공간을 조성하는 사업 등을 담당할 예정이라고 한다.
공기업은 말 그대로 공공적인 기업. 정부가 추진하는 국책사업에 공기업이 참여하는 게 이상할 것은 없다. 문제는 두 가지다. 그냥 참여가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공기업이 아예 송두리째 떠맡게 됐다는 점, 그러다 보니 공기업 스스로 빚더미 위에 올라앉게 되었다는 점이다.
보금자리주택뿐 아니라 각종 개발사업을 떠맡은 결과, 125조원대의 '빚 공룡'이 된 LH의 사례는 더 말할 나위가 없겠다. 예전만해도 결코 크지 않은 공기업이었던 수자원공사는 4대강 사업을 '대행'한 탓에 부채가 1년만에 165%나 증가했다. 모든 공기업을 통틀어 지난해 부채증가율 1위를 기록한 곳이 바로 수자원공사다.
정부는 지난해 경기회복으로 세금이 잘 걷혀 국가채무가 예상보다 덜 늘었고, 그런 만큼 국가재정도 건실해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일을 대신한 공기업 재무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더 나빠졌는데, '눈가리고 아웅'이란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어디 이뿐 인가. 재무구조가 나빠진 공기업에겐 자산팔고, 인원과 월급 줄이라고 자구노력까지 요구한다. 정부 때문에 빚이 늘었는데 빚이 늘었다고 제재까지 한다? 가히 막무가내나 다름없다.
과연 지류살리기 사업이 끝났을 때 농어촌공사의 재무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을는지. 재정이 악화됐다면, 정부는 또 어떻게 나올지. 궁금함 보다는 답답함이 앞선다.
박민식 경제부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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