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 해체론은 극좌 분자들의 모략 선동이다.”
한기총 회원 교단 중 절반이 넘는 49개 교단 총회장들이 11일 국민일보에 전면광고로 낸 성명서 요지다. 한기총의 부패를 비판하며 탈퇴 움직임과 해체 운동이 본격화하고 있는 데 대해 색깔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지난 연말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길자연 목사를 인준 절차 상 중대 하자가 있다며 직무 정지시킨 법원 판결에 대해 ‘기독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모르는’ 불교 신자 재판장이 내린 부당한 판결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법원이 대표회장 직무 대행으로 파견한 김용호 변호사가 한기총 사태 해결을 위해 청문회를 열고 한기총 해체운동 진영도 만나겠다고 한 것을 비난하면서 21일까지 임시총회를 소집해 인준 절차를 처리하지 않을 경우 김씨를 상대로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직무 정지된 길 목사 측은 임시총회에서 재인준을 받으려고 하고 있다.
성명서 내용 중 특히 흥미로운 것은 한기총의 성격에 관한 규정이다. 이들은 한기총을 “지난날 좌파와 용공분자들이 날뛰고 민주화라는 미명 아래 ‘반공은 죄다’ 라고 외치며 정부를 전복하려고 한 불순 책동을 막고 보수 신앙을 4000만 민족에게 심어주기 위해 생긴, 유일무이한 기독교 단체”라고 밝혔다. 한기총의 레드 콤플렉스가 오래된 확신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한기총은 그동안 극우단체들의 집회나 성명에 단골로 참여해왔다.
이번 성명서는 한기총 탈퇴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데 따른 반발로 보인다. 한기총 회원 88개 단체(교단 69개, 기관 19개) 중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한국기아대책기구도 한기총에 탈퇴의 전 단계인 행정 보류를 신청했다.
한기총에서 두 번째로 큰 교단인 예장통합을 비롯해 예장고신, 예장합신 소속 노회(장로교 지역기구)들도 최근 열린 봄 정기 노회에서 탈퇴 헌의안을 각 교단 총회에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은 한기총이 한국 교회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회개혁실천연대 한국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개신교 시민단체들이 모인 ‘한기총 해체를 우위한 기독인 네트워크’는 한기총 회원들에게 탈퇴를 촉구하는 한편 연속 토론회 등을 통해 한기총 해체운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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