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가 올 시즌 남자 프로테니스(ATP)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습니다. 벌써 24승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1승만 더하면 이반 랜들의 25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조코비치가 존 맥켄로의 역대 최다인 39연승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조코비치는 유럽의 작은 나라 세르비아 태생입니다. 조코비치가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할 무렵인 1990년대 중반 세르비아는 내전으로 국토가 만신창이었습니다. 남은 것이 있다면 절망뿐인 현실에서도 조코비치는 테니스에 탁월한 재능을 나타냈습니다. 빵가게를 운영하던 그의 부모는 조코비치를 독일 뮌헨에 있는 테니스 아카데미로 2년간 유학을 보냈습니다. 오늘의 조코비치가 있게 된 배경입니다.
세르비아는 스포츠 강국이 아닙니다. 올림픽 순위를 따져보면 한국과는 비교가 안됩니다. 하지만 테니스에서만큼은 세계 최강입니다. 지난해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을 석권한 나라가 바로 세르비아입니다. 그 중심에 조코비치가 있었습니다. 여자프로테니스(WTP)에서도 아나 이바노비치와 옐레나 얀코비치가 세르비아 출신입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세르비아 하면 테니스를 먼저 떠올리는 이유입니다. 이처럼 세르비아가 테니스를 석권하는 원동력은 선수들이 일찍부터 프로무대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조코비치는 16세에 데뷔했습니다. 자국내에 든든한 후원자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먹고 살 수 있는 ‘무기’가 테니스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패배는 곧 배고픔이라는 절박함에 일찍부터 눈을 뜬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죽을 쑤고 있는’ 한국테니스의 살길이 있지 않을까요. 테니스처럼 개인종목인 골프가 프로화에 성공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한국골프는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지 10여 년 만에 세계 최상위 수준입니다. 축구, 야구, 배구, 농구 등도 프로의 길을 걷고 난 후 폭발적인 인기와 출중한 성적을 낳았습니다.
테니스 프로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는 상금제 도입입니다. 이를 통해 선수들을 자극시켜야 합니다. 팀 소속으로 묶어두고 지자체 주최 대회만 뛰게 해서는 안됩니다. 매 게임마다 상금격차를 두고 경쟁을 시켜야 합니다. 나아가 ‘스포츠토토’를 통해 베팅을 하게 하면 사람들의 관심과 흥미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레 ‘조코비치 키드’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형택 테니스 아카데미 재단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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