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지난달, 학원의 설립ㆍ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이하 학원법) 개정안을 전격적으로 의결, 통과시켰다. 오랜 논란과 진통을 거듭한 학원법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는 반가운 일이지만, 남아있는 법제사법위원회 심의와 본회의 통과 절차가 언제 마무리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학원법 개정안의 상임위 통과가 순탄치 않았던 것은 정치권의 잘못만은 아니다. 사립학교법,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교원평가와 관련된 초중등 교육법의 개정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 분야에는 정치ㆍ사회적으로 초미의 관심사이면서도 다양한 이해와 주장이 엇갈려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운 쟁점 법안이 많다.
그러나 학원법 개정은 성격과 목적이 다르다. 이번 개정안은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사교육 격차로 인한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대표적인 친서민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여ㆍ야당이 앞다퉈 여러 개정안을 발의한 사실은 법률 개정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그만큼 넓게 형성된 때문이다.
학원법 개정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지금까지 법적 규제의 테두리 밖에 있던 상급학교 진학 컨설팅업체와 인터넷 강의 등 원격교육을 주된 교습방법으로 활용하는 온라인 교육업체의 교습비와 강사자격, 강의내용 등을 공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학원들이 교재비 자율학습비 보충수업비 모의고사비 등의 갖가지 명목으로 교습비를 편법 인상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청 홈페이지에 교습비를 공개하고 영수증을 발급하도록 의무화하는 한편, 불법사교육 신고센터와 포상금제를 신설하도록 했다.
또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는 부적격 외국인 어학강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채용과정에서 범죄경력조회서 건강진단서 학력증명서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 또는 편법적인 학원비 인상을 억제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사교육비가 감소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현
실은 통계와 거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국민이 이런저런 명목으로
올라가기만 하는 학원 교습비의 압박 때문에 가정 경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
다. 계층간 위화감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러한 서민의 고통을 헤아린
다면 국회는 더 이상 여야의 정파적 대립과 재보선 등의 정치 일정을 이유
로 학원법 개정안 처리를 미뤄서는 안 된다.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어렵게 마련한 학원법 개정안은 서민 경제를 어렵게
하는 사교육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규제하고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
이다. 여기에 여야 또는 보수ㆍ진보의 대립이 개입할 이유와 명분은 전혀
없다. 국민 부담을 덜어주고 혼탁한 사교육 시장을 올바로 규제하는 것은
무엇보다 시급한 사회적 과제이다.
이처럼 중요한 학원법 개정을 국회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 정부와 국민 모두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방관적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적극적인 대국회 활동을 통해 법 개정을 앞당기는 노력을 해야 한다. 국민들도 국회와 정치권에 조속한 법개정을 바라는 여론을 전달하여야 할 것이다. 국회가 하루 빨리 학원법 개정을 마무리, 사교육 부담에 지친 서민들의 어깨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주기를 바란다.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