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정보기술(IT) 서비스로 주목 받은 세계 유일의 위성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서비스가 멸종 위기에 몰렸다.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위성DMB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전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은 앞으로도 낼 계획이 없다. 결국 위성DMB는 보고 싶어도 보여줄 수 있는 기기가 없어, 빙하기에 얼어 죽은 공룡 신세가 됐다.
위성DMB 시청 가능한 스마트폰이 없다
2005년 5월에 등장한 위성DMB는 인공위성을 통해 중계한 방송을 휴대폰으로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국내에 도입돼 손 안의 TV 시대를 연 주역이다. 당시 주요 IT 정책의 하나로 위성DMB를 추진했던 정보통신부는 2008년까지 580만명이 이용해 9,300억원의 매출이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믿고 SK텔레콤은 자회사인 TU미디어를 통해 1,000억원을 들여 일본 도시바와 함께 인공위성을 띄우는 등 지분 투자와 중계기 설치, 콘텐츠 구입 등에 총 5,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위성DMB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가입자는 2009년 6월에 200만명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현재 183만명이다. 그마저도 대부분 무료 가입자다. TU미디어를 인수한 SK텔링크는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지만 월 5,000원을 받는 유료 가입자는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은 당연히 적자다. 지난해 11월에 SK텔링크가 TU미디어를 합병하기 전까지 누적 적자가 3,000억 원을 넘어 자본잠식(자본금 2,884억 원) 상태에 빠졌다. 급기야 SK텔레콤이 이용자를 대신해 SK텔링크에 1인당 월 5,000원씩 대신 내주고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 위성DMB 기본 채널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나 좀처럼 가입자가 늘지 않고 있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불어닥친 스마트폰 바람은 얼어붙은 위성DMB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지난해 지상파DMB는 국산 스마트폰에 대부분 탑재됐지만 위성DMB를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은 1종도 출시되지 않았다. SK텔링크 관계자는 "위성DMB 수신 칩을 꽂으면 그만큼 제조 비용이 올라가기 때문에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꺼린다"고 말했다.
올해도 위성DMB를 볼 수 있는 스마트폰의 출시 계획이 아예 없다.
유료와 무료를 싸움 붙인 정부의 정책 실패 탓
이처럼 스마트폰이 멸종 위기를 맞게 된 것은 명백한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다. 2005년 당시 정보통신부는 유료 사업인 위성DMB를 허가해주고 그 해 12월에 무료로 볼 수 있는 지상파DMB를 추가로 허용했다. 보편적 시청권인 지상파 방송을 유료 채널에서 볼 수 없으니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여기서 승부는 갈렸다. 같은 성격의 사업을 유료와 무료로 경쟁하면 어느 쪽에 사람이 몰릴 지는 불 보듯 뻔하다.
그러면서 정통부는 위성DMB가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은 차일피일 미루었다. 뒤늦게 위성DMB는 MBC와 지상파 재전송 계약을 어렵사리 맺고 내보냈지만 그마저도 올해 초 계약이 끝나 지금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정권이 바뀌어도 위성DMB에 대한 정부의 홀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DMB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여기에 위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심지어 방통위는 아예 위성DMB 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상파DMB와 달리 위성DMB 정책은 따로 갖고 있지 않다"며 "앞으로 위성DMB는 어찌 될 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위성DMB 사업자인 SK텔링크도 답을 못찾기는 마찬가지다. SK텔링크 관계자는 "신규 사업을 찾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답이 보이지 않는다"고 답답해 했다. 앞으로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한 위성DMB는 서서히 말라죽을 수 밖에 없다. SK 관계자는 "미미하지만 유료가입자가 있어 강제로 위성DMB 사업을 접을 수는 없다"며 "남은 유료 가입자가 계약 기간이 끝나 자연스럽게 소멸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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