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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이스트/ "급한 불부터 끄자" 발표후 갈팡질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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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카이스트/ "급한 불부터 끄자" 발표후 갈팡질팡

입력
2011.04.13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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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KAIST)가 돛 부러진 배처럼 갈팡질팡하고 있다. 12일 오후 공표한 제도개선안을 밤 사이에 백지화하는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비난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13일 다시 공개된 수정 개선안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다.

실수냐 연출이냐

카이스트는 13일 0시께 "12일 공표된 개선안은 임의로 작성된 자료일 뿐 공식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전날 오후 7시께 교내 사이트에 개선안을 공개한 지 5시간만이었다. 개선안에는 ▦차등등록금제 철회 ▦영어강의 축소 ▦학업부담 20%경감 ▦1학년 학사경고 면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카이스트는 애초부터 학생들과의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만들어진 안이었고, 서남표 총장이 개선안을 뒤늦게 확인하고 이견을 보여 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이 의도된 연출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해명이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12일 카이스트의 한 보직교수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8일 꾸려진 비상대책위에 참여한 학생대표, 다른 학생들, 학생처장 등 보직교수들이 수 차례 회의를 갖고 숙고해 마련한 개선안"이라며 "학생들이 학교 측에 요구한 의견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말했다. 학생들과의 논의를 하기 위해 임의로 작성한 계획이 실수로 공개됐다는 해명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하필 12일, 저녁 늦게 개선안을 공개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총장님이 출석한 국회에도 제출했던 내용이 상당수고 국회에서 총장님도 학생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개한 것"이라며 "15일 이사회에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다녀온 후에야 개선안 내용을 알았다"는 서 총장의 해명과도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모 교수는 "국회 출석을 앞두고 총장 자리가 위협받으니 급하게 개선안이라고 들고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손바닥 뒤집듯 마음을 바꾼 것 아니겠냐"며 "지금까지도 학교운영을 그렇게 해오다 이번 사태를 맞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조급증 버리고 의견 수렴해야"

결국 13일 서 총장의 뜻을 반영해 새로 공개한 수정 개선안은 원래의 안에서 ▦교양과목 우리말 강의 ▦학업부담경감(20%) ▦1학년 학사경고 면제 부분을 철회했다. 즉 차등등록금 폐지와 학생참여 확대만 남은 것. 이에 대한 내외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김진형 전산학과 교수는 "전날 발표한 개선안은 지나치게 학생들의 공부를 덜 시키겠다는 것으로 말이 안됐다"며 "현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긍지를 잃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교수들이 차분히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개혁의 수준이 턱 없이 미흡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재학생 성모군은 "학생들의 학업부담 경감이 더 필요하고, 또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 구조의 개혁"이라며 "이번 개선안이 학교측이 현재의 사태를 모면하기 위한 일시적인 미봉책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역시 영어수업 축소와 학업부담 경감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터라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카이스트 본원 캠퍼스 소속 모 교수 역시 "세심하게 배려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너무 거칠게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만 담은 계획이라 특별히 코멘트(언급)할 가치가 없다"며 "그 동안 가만히 있다 학부생 비상총회를 하루 앞두고 급조한 개선안을 자꾸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비상총회의 김을 빼 놓고 총장사퇴를 요구하지 못하게 여론을 돌려보겠다는 조급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 아니겠냐"고 꼬집기도 했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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