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카지노를 상대로 89억원대의 사기도박을 벌인 다국적 교포사기도박단의 주범이 실상 '알거지'나 다름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교포사기단이 서울 워커힐호텔 카지노에서 보안직원들과 공모, 89억원을 챙긴 카지노 사기도박으로 아르헨티나 교포인 임모(53)씨 등 5명이 경찰에 구속되고 직원 3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주범인 캐나다 교포 김모(53)씨는 거액을 딴 뒤 일본으로 도주, 수배 중인 상태다.
문제는 주범인 김씨가 이 정도 규모의 사기도박을 꾸릴 만한 자금력이 없었다는 데 있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해외로 도피한 캐나다 교포 김씨는 제대로 된 집 하나 없어 남의 집을 전전할 정도였다"고 말할 정도로 김씨가 무일푼의 인사라는 것이다. 반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미국, 캐나다 등 다국적 교포로 구성된 사기단은 상당한 뒷돈을 갖고 보안직원을 포섭하는 등 사기도박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도박에 앞뒤가 맞지 않은 석연찮은 구석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배후세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서울동부지검은 캐나다 교포 김모(53)씨가 딴 카지노 칩과 교환된 수억원대의 수표 일부가 사채업자 A씨에게 들어간 정황을 잡고 내사 중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 사채업자가 김씨에게 단순히 돈을 빌려준 것인지 아니면 뒷돈을 댄 배후세력인지 여부를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20여년 전 미국시민권을 획득한 A씨는 자유롭게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출입하기 시작했고 게임은 거의 하지 않으면서 도박꾼들에게 3~7일에 5%(연리 환산 약 300~600%)의 고리 사채를 돌리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돈을 빌려 주고 받은 이자 수입만 수백억원대라는 소문도 있다. 카지노 업계 관계자는 "돈을 빌려서 도박하는 사람들이면 돈을 잃었을 경우 돌려 받을 길이 없다고 봐야 한다"며 "A씨가 돈을 돌려 받을 확신이 없이 김씨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3일 워커힐 카지노에서 벌어진 사기 도박판에서는 25억원의 대박이 터지면서 의혹이 쏠렸고, 이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의 카지노로 퍼졌다. 카지노 업계를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당시의 게임(바카라)으로는 몇 억짜리도 터지기 쉽지 않다"며 "국내 최고의 카지노가 2시간 만에 25억원이나 털리자 이상하다는 소문이 모든 카지노에 파다했다"고 말했다. 카지노 직원의 제보를 받고 압수수색 등 수사를 벌인 서울 광진경찰서는 게임에서 사용되는 카드를 조작된 카드(일명 '탄')로 바꿔치기 하기 위해 캐나다 교포 김씨 등이 카지노 폐쇄회로(CC)TV 담당 직원 이모(43)씨 등과 범행을 공모한 사실을 밝혀냈다. 탄 카드는 사기도박꾼들이 미리 정해놓은 순서대로 펼쳐지는 카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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