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을 뒤흔들고 있는 반정부 민주화 시위는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총과 곤봉, 최루탄 등 갖가지 무력 수단을 동원한 정부에 맞서 시위대는 맨 몸으로 저항해야 했다. 독재 정권들은 다친 몸을 치료받을 최소한의 기본권마저 앗아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반정부 시위 와중에 부상자 치료가 가로막힌 바레인의 현실을 집중 조명했다.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 있는 살마니야병원의 문은 한달 넘게 굳게 닫혀있다. 환자와 의사들로 북적여야 할 병원 내부는 텅 비어있고, 앰뷸런스 운전사와 보조 인력도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이 병원은 바레인 최대 공공병원이다.
반정부 시위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달 중순, 바레인 정부는 살마니야병원을 전격 폐쇄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간 의사와 간호사들만 수십명. 부상자를 실어 나르기 위한 앰뷸런스의 운전도 금지됐다. 파티마 알발루시 보건장관 대행은 "살마니야병원의 의사와 직원 상당수가 정부 전복을 꾀하는 외부 세력과 연계돼 있다"고 체포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는 국민은 없다. 이슬람 수니파 왕조가 지배하는 바레인에서 의사들 역시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시아파에 속한다. 당연히 이들도 시위에 가담했고, 정부는 의사로서의 책무를 저버렸다는 명분을 내세워 체포에 나선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살마니야병원이 바레인의 '혈액은행'이라는 점. 다른 병원들은 살마니야처럼 충분한 혈액과 항생제, 응급 의료기기들을 구비하지 않고 있다. 당장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죽음을 맞아야 한다.
연일 사상자 수를 경신하고 있는 시리아도 사정은 비슷하다. 시리아 보안군은 지난 8일 남부 다라와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 하라스타 마을에서 유혈 참사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의 접근을 철저히 통제했다. 수십명의 시위대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데도 구급차의 진입을 허용하기는커녕 부상자를 후송하려는 다른 시위대에게 총을 쏘기까지 했다. 한 부상자 가족은 "민간병원을 출입하지 못해 군병원을 찾았지만 군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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