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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견 의사들 사연 모으는 심의섭 아랍아프리카센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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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파견 의사들 사연 모으는 심의섭 아랍아프리카센터 이사장

입력
2011.04.13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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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아프리카 보차와나의 슈바이처로 불린 외과의사 김 정씨가 세상을 떠났다. 24년을 봉사하다 현지에서 생을 마감했다. 현지 주민들은 그를 위해 기꺼이 눈물을 흘려주었다. 하지만 죽은 뒤 귀국한 그는 갈 곳이 없었다. 묻힐 땅도 찾지 못해 유골은 방 안에 덩그러니 몇 달이나 방치됐다. 한국에서 가질 수 있었던 부를 버리고 평생 가난한 나라에서 보낸 그의 현실이었다.

김씨는 1968~2008년 전 세계 오지로 떠났던 정부파견 의사 가운데 한 명이었다. 1968년 한국정부는 민간 외교관 역할까지 맡겨 아프리카 오지로 의사들을 보냈다. 지원자가 줄어 사업이 종료된 2008년까지 파견된 의사는 모두 115명. 심의섭 아랍아프리카센터 이사장은 13일 "이들의 봉사는 숭고함 자체였다"며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는 지난 3년간 이들을 찾아 헤맸다. 그러나 이들에 관한 기록은 여기저기 조금씩 흩어진 채 정리돼 있지 않았다. 그는 "이들이 한국에 보낸 보고서 등이 여전히 보안을 이유로 접근할 수 없는데다, 일부는 고인이 됐고 그 밖의 분들은 연락처를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기록물 등으로 만날 수 있었던 사람이 21명, 수소문 끝에 직접 만난 사람이 10여명이었다. 그가 최근 펴낸 은 이들 31명에 대한 이야기이다. 심 이사장은 이들을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단언했다.

유덕종(52)씨는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1992년 아프리카 우간다로 떠났다. 봉사에 대한 의무감이었다. 그는 "20세 되는 환자가 당뇨혼수로 죽은 것을 보고 화가 치밀었다. 한국에 있었으면 걸어서 퇴원할 환자였다. 약이 없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바짝 마른 결핵환자가 '선생님 배고파요'라고 절규하는 걸 보며 16년을 그곳에 있었다. "나는 부동산도 집도 없다. 그런 게 다가 아니다. 아프리카의 하늘은 아름답고 힘과 용기를 준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게 중요하다. 나는 행복했다."

충남 금산에서 10여 년 개인병원을 운영하던 장기순(77)씨는 1977년 마흔셋에 아프리카로 떠났다. '웬만큼 벌었으니 가난한 이웃을 위해 일해보자'는 결심이었다. 2년 계약기간만 채우겠다고 했던 그는 튀지니와 모리타니아 등에서 23년을 보냈다. 2000년 귀국했던 그는 다시 아프리카 봉사에 나섰고, 지금도 거기에 머물고 있다. 개인 자격이었다.

심 이사장은 "김명호(76)씨는 한국 공관도 철수한 상태에서 자신을 지켜줄 사람 하나 없는데 아프리카 말라위와 레소토에서 23년이나 있었고, 안순구(74)씨는 말도 안 통하는 60개 부족을 상대로 마술사로 오해 받으면서도 31년 동안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보냈다"고 말했다.

심 이사장은 유족의 요청으로 책에 쓸 수 없었던 한 의사의 사연 앞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0년 가까이 아프리카에서 활동을 하고 돌아온 그 의사는 남은 게 돈 몇 천 만원뿐이었습니다. 전세 하나 얻을 수 없는 돈이었죠. 게다가 아프리카에서 지병까지 얻어 왔습니다. 결국 몇 달 만에 손도 써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심 이사장은 "이들은 한국에서의 부를 버린 채 오직 사랑의 인술을 펼친 사람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남은 건 궁핍함뿐이었다. 이대로 둔다면 이들의 역사는 사라지고 만다. 더 늦기 전에 우리가 이들을 재조명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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