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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인의 삶과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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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군인의 삶과 죽음

입력
2011.04.13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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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30일 제막된 고 한주호 준위 동상과 관련해 독자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5일자'길 위의 이야기'에 시인 정일근 교수가 "그 슬프고 아픈 동상을 (다시) 찾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쓴 것에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정 교수는 조국의 바다를 위해 생명까지 바친 고인에게 여전히 총을 들게 한 모습의 동상에 거수경례도, 묵념도 하지 않았다고 썼다. "내가 기리는 당신의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자신의 자리와 임무에 최선을 다한 명예로운 군인이었던 고인이 행복한 가장의 웃음, 편안한 아버지의 모습으로 추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시인의 뜻을 나름대로 헤아려 보았다. 평생을 조국을 위해 복무한 고인이 사후에도 총을 들고 평화와 안식을 누리지 못할 것을 안타깝게 여긴 듯하다. 인간과 세상, 개인과 국가, 삶과 죽음에 대한 시인의 예민한 감성과 근원적 천착이 바탕일 것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고인의 동상을'당신의 어두운 그림자'로 규정한 것에 격한 반감을 보였다. 마지막 임무는 잠수복차림으로 천안함 희생용사들을 찾는 것이었지만, 험난한 특수전 임무에 늘 용감하게 앞장선 'UDT의 전설'을 그리 헐뜯은 것에 분개한다고 했다.

■ 시인과 독자들의 아주 다른 감성과 인식을 섣불리 평가할 일은 아니다. 언뜻 상반된 인식은 군인과 시민, 전쟁과 평화의 본질적 모순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더 엄밀하게는 모순을 균형 있게 헤아리기보다, 어느 한 측면에 집착한 결과일 수 있다. 한주호 준위는 명예로운 군인인 동시에 성실한 시민이었고, 용맹한 군인의 역할과 헌신적 구조 임무에 모두 충실했다. 그를 어떤 모습으로 기릴 것인가는 그 삶과 죽음을 온전하게 가늠해 사회가 선택할 일이다. 고귀한 희생을 그릇된 상징으로 이용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군인으로서의 삶 자체를 헐뜯는 것은 훨씬 큰 잘못이다.

■ 그리스 신화의 전쟁의 여신 아테나(Athena)는 갑옷차림에 창과 방패, 올리브 가지를 함께 지닌 모습이다. 그는 또 길쌈 등 여성이 맡은 일의 신이고, 지혜의 신이다. 전쟁과 평화의 본질적 모순을 일깨우는 지혜가 아닐까. 과거 전쟁 영웅과 승리를 부각시켰던 인류의 전쟁기념물은 1차 대전 이후 전쟁의 희생자, 특히 전몰장병을 기리는 형태로 변화했다. 대표적인 미국 워싱턴의 베트남 참전용사 기념관은 전몰장병 이름을 새긴 벽과, 그를 마주보며 총을 들고 나란히 선'세 병사(The Three Soldiers)'동상으로 이뤄져 있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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