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가 결국 공식적인 최악의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현지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엊그제 제1원전의 사고등급을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중 최고인 7등급으로 올린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방사성물질 총유출량이 수만 테라(1조)Bq 수준이면 7등급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는데, 지금까지 7등급은 1986년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유일했다.
제1원전에서 대기로 방출된 방사성물질 총량은 요오드131로 환산할 때 37만~63만 테라Bq인 것으로 조사됐다. 체르노빌 때가 520만 테라Bq였으니, 같은 7등급이라도 방사성물질 유출량은 10분의 1인 셈이다. 하지만 1개의 원자로가 사고 후 10일 만에 안정화했던 체르노빌 때와 달리, 후쿠시마는 6개의 원자로가 여전히 통제되지 않고 있는 게 문제다. 방사성 물질도 계속 유출돼 향후 총유출량이 체르노빌을 초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고등급 조정 과정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점은 일본 정부가 방사성물질 유출량 등을 축소ㆍ왜곡한 혐의가 드러난 점이다. 원자력안전보안원은 "유출된 방사성물질 대부분이 지난달 11~16일에 나온 것"이라고 밝혀 사고 등급을 일찍 조정했어야 함을 시인했다. 이 때문에 현지 아사히신문도 "정보 은폐와 사고 축소 의혹을 받게 됐다"고 지적하는 등 일본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 증폭될 전망이다.
우리는 일본 정부에 신뢰를 회복할 만한 투명한 정보 공개를 다시 촉구한다. 자국민을 위해서나 우리나라 등 주변국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일본 정부는 12일 현재 후쿠시마 원전 상황에 대해 "시간당 방출량이 (초기의 1만분의 1 수준인) 1테라Bq 이하가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뢰가 없으면 이런 발표도 믿을 수 없다.
어제 도쿄에서 열린 한일 원자력전문가회의에서 우리 측은 사고 원전 공동모니터링을 위한 전문가 파견을 제안했으나 일본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제의를 수용하면 더 좋겠지만, 우리로서는 정확한 상황과 피해 시나리오 등을 입수해 국내에 미칠 영향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