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택(48) 전 오리온스 코치만큼 허재(46) KCC, 강동희(45) 동부 감독을 잘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83학번인 김 전 코치가 중앙대 3학년일 때 허 감독이 2학년, 강 감독이 1학년이었다. 세 사람이 우정을 쌓은 시간은 어느덧 30년 가까이 된다.
김 전 코치는 형으로서 아우들이 치르는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이 기대된다고 했다. 김 전 코치는 13일 "허 감독은 허 감독대로, 강 감독은 강 감독대로 선수 시절의 스타일과 성격이 경기운영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재미있는 챔프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챔프전(7전4선승제)은 오는 16일부터 펼쳐진다.
▲불 같던 허재도 나이 들면서 부드러워졌다
김 전 코치는 허 감독에 대해 "급하고 다혈질인 사람이었다"고 했다. 김 전 코치는 이어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허 감독이 많이 부드러워졌고, 그런 모습들이 유연한 경기운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감독 6년째를 맞으면서 허 감독은 많이 말랑말랑해졌다.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선수들에게 야단을 치던 허 감독이었지만 요즘에는 그렇지만은 않다. 성질을 죽일 때는 죽인다.
김 전 코치는 "허 감독의 경기운영을 보면 선수가 실수를 했더라도 곧바로 교체하지 않고 한 타임 늦추는 것을 알 수 있다. 확실하게 선수들의 기를 살려줄 때는 살려주더라"고 말했다.
김 전 코치는 '감독 허재'의 장점으로 카리스마와 미소의 오묘한 조화를 꼽았다. "허 감독이 인내하면서 팀도 많이 좋아졌어요. 올해 KCC가 여러 차례 위기를 극복하고 챔프전까지 간 것도 허 감독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허 감독을 보면서 선수들은 편안함과 믿음을 느낄 겁니다."
▲무던한 강동희는 나이 들면서 더 무던해졌다
"참 무던한 사람"이라는 게 김 전 코치가 본 강동희 감독이다. 김 전 코치는 "강 감독은 어려서부터 정말 무던하고 느긋했다.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조용히 혼자 삭히는 스타일"이라며 "강 감독은 좀처럼 자기 감정을 밖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했다.
말수가 적은 강 감독은 경기운영도 '외유내강'이다. 동부 농구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내실이 있다. 동부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빠른 공수전환이 주무기이다.
김 전 코치는 "강 감독은 머릿속에 무한한 수를 갖고 있다. 워낙 포커페이스라 초보이지만 대단히 무서운 감독"이라며 "상대팀으로 만났을 때 보니 수를 읽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동부의 팀 컬러는 뚝심이 됐다. 동부는 정규시즌 초반 잘나가다 중반에 주춤거렸고, 4위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6강전에서 LG, 4강전에서 KT를 제압하고 챔프전에 올랐다. 정규시즌 4위의 챔프전 진출은 2008~09시즌 삼성에 이어 두 번째다.
▲멤버는 KCC, 꾸준함은 동부
"챔프전 전망을 해달라"는 질문에 김 전 코치는 한동안 망설였다. 두 팀 다 전력이 좋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뜻이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김 전 코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결국은 하승진 전태풍 아니겠어요?" KCC로서는 하승진과 전태풍이 얼마나 해주느냐, 동부로서는 얼마나 잘 막느냐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최근 들어 농구가 가드 놀음인 경우가 많잖아요. 전태풍의 1대1 능력이 뛰어난 데다 하승진의 높이가 무섭기 때문에 멤버만 보면 KCC가 낫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동부는 기복이 없는 팀이라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을 겁니다."
김 전 코치는 "동부로서는 하승진과 전태풍의 체력을 바닥내야 승산이 있다"며 "김주성의 노련미, 전태풍을 맡을 박지현과 황진원의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된다면 동부가 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이기든 6차전까지는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오리온스를 떠나 '자유인'이 된 김 전 코치는 TV를 통해 챔프전을 보며 아우들을 응원할 것이라고 했다. "누가 이기길 바라냐"는 물음에는 너털웃음으로만 답했다.
●김유택은
생년월일: 1963년 10월10일
신체조건: 197㎝ 86㎏
혈액형: O형
취미: 낚시, 여행
출신교: 명지고-중앙대
종교: 불교
주요경력: 국가대표선수(83~95) 기아(87~2000) 명지고 감독(2002~2005)
방송해설위원(2005) 국가대표 코치(2008~2009)
오리온스 코치(2009~2011) 광저우 아시안게임 코치(2010)
최경호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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